누더기된 소득세, 꿈쩍않는 법인세…연말정산 분노 불렀다

[서민증세 논란 ②] 연말정산 난리인데 '법인세 노터치' 언제까지?

이번 연말정산 대란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털어가는 꼼수 증세의 부작용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끝까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법인세다.

◇ 소득세 걷어 자녀장려금 충당하려다…누더기 된 소득세


이번 연말정산 대란을 부른 지난 2013년 8월 소득세법 개정의 핵심은 세액공제 전환이었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 체계 전반을 바꾸는 작업이라 1년여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개편을 서둘렀다.

소득재분배를 강화한다는게 명분이었지만, 이면에는 자녀장려금과 근로장려금이라는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속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준 당시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13년 8월 세법개정 브리핑에서 "(중산층 이상) 세부담이 조금 늘어난다…늘어나는 부분을…저소득자들의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로 (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산층 기준을 당초안대로 총소득 3450만원으로 설정하고, 그 이상 소득자의 세금이 늘어나도록 설계했을때 늘어나는 소득세 수입 추계가 1조3천억원이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자녀장려금과 확대되는 근로장려금에 들어가는 재원이 1조4천억원 수준인 것과 거의 맞물려 들어간다.

결국 자녀장려세제 도입 등의 복지 재원을 중산층 이상 봉급 생활자들의 소득세에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중산층 기준이 연봉 3450만원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불과 5일 만에 그 기준을 5500만원 이상으로 올렸다. 소득세법 개정안을 불과 5일만에 바꾸면서 세밀한 계산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렇게 급하게 뜯어고친 세법의 부작용이 이번에 불거지자 급기야 당정이 세법을 고쳐 소급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소급과세를 금지한 국세기본법 18조의 취지를 역행한 처사다.

◇ 소득세에 따라잡힌 법인세…그래도 '법인세는 노터치'

그런데 이렇게 소득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가면서도 정부가 끝까지 지킨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 인상불가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 효과로 2년 전부터 소득세 수입은 법인세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 분석에 따르면, 10대 대기업들은 2013년 신고분 기준으로 전체 법인세의 13%만 내면서, 조세감면 즉 공제혜택은 절반에 육박하는 46%나 받아갔다.

법인세가 이렇게 왜곡돼 있는데도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법인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사면 발언, 가업상속 공제를 통한 상속세 감면 대상 기업 확대 재추진 등 친(親)기업 행보를 계속 중이다.

1천조원을 넘은 가계대출 부담으로 돈이 말라붙은 가계에는 공제를 줄여 세부담을 늘리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하고, 5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에 대한 세금인상에는 입을 닫은 꼼수증세. 그 부작용이 이번에 연말정산에 대한 분노로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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