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야구기구(NPB)와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랭킹 상위 12개 국가가 출전하는 '프리미어12'의 개요를 공식 발표했다.
11월 8~21일 대만과 일본에서 열린다.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열리는 예선과 준준결승을 대만에서 치른 뒤 준결승과 3-4위전, 결승전은 일본 도쿄돔에서 치른다.
2년마다 치렀던 야구 월드컵을 폐지하고 12강만 뽑아 새롭게 치르는 대회다.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WBC와 겹치지 않게 올해부터 4년마다 열린다. 2006년 첫 대회를 치른 WBC는 2009년부터 4년마다 펼쳐진다.
'프리미어12'의 초대 대회는 현 랭킹에 따라 일본, 미국, 쿠바, 대만, 네덜란드, 도미니카공화국, 캐나다, 한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멕시코 등이 참가할 전망이다.
▲프로 최강 전력 꾸릴 수 있을까
한국 야구의 상황상 최강 전력을 꾸릴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프로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1월 8일 대회를 치르려면 10월 중하순에는 대표팀이 꾸려져야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10구단 체제가 가동되는 프로야구는 11월 초까지 일정이 예정돼 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올해 프로야구는 한국시리즈가 늦어질 경우 11월 5일까지 열린다.
여기에 지난해 열리지 못한 아시아시리즈와 일정도 겹친다. 한, 일과 대만 등 아시아 각 리그 우승팀이 격돌하는 이 대회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등으로 무산됐지만 올해 부활이 예정돼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들은 '프리미어12'에는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또 각 팀들이 선수들을 차출할지도 알 수 없다. 그동안 야구 월드컵은 프로 1군 주축보다는 유망주 등 1.5군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섰다. '프리미어12'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WBC 등 아직은 검증된 메이저 대회가 아니다.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천정부지로 높아진 몸값의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FA를 앞두고 있거나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몸을 사릴 수도 있다. 대한야구협회(KBA)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예전처럼 프로 1.5군 선수들로 팀을 꾸리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WBSC 히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은 2019년 열릴 2회 대회를 도쿄올림림 예선을 겸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 대회는 이른바 '군대로이드'의 약발도 없다.
▲日-대만, 최강으로 나설 공산 높아
하지만 한국 야구의 명예가 걸린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다른 국가들에 참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야구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3년 WBC가 좋은 예다.
무엇보다 숙적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라이벌들이 최고 전력을 꾸린다면 한국 야구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 대만은 이번 대회 개최 국가로서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더 적극적이다. 일찌감치 프로 출신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전임 사령탑으로 임명한 일본 야구는 대표팀을 '사무라이 재팬'으로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NPB도 최고의 선수들을 망라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밀린다면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한일전은 올림픽은 물론 WBC에서도 최고의 빅매치였다. 이 대결에 김이 빠지면 흥행에 대한 노란불이 켜질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일단 선수 구성에 대해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고 KBA와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프리미어12가 국내 리그와 아시아시리즈, 마무리 훈련 등 일정이 겹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고의 선수들을 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남미와 유럽 국가들은 차치하더라도 일본과 대만이 문제"라면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최고 선수들을 꾸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A 관계자는 "이전 야구 월드컵처럼 쉽게 볼 대회는 아니다"면서 "적잖은 상금도 걸려 있는데 KBO와 협의를 통해 향후 사령탑과 선수단 구성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