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제 표본이 아닌 4인 가족 평균치를 바탕으로 세법 개정의 영향을 분석하다보니 세법 개정의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4인가족 평균치 바탕 세법개정안, 미혼 직장인 세금폭탄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연봉 5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연봉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의 영향을 예측한 근거는 국세청의 통계자료에 있다.
기재부는 국세청에서 소득계층별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의료비와 보험료 등 지출 평균치를 받아 세법개정안의 영향을 분석했다.
문제는 평균치를 바탕으로 세부담을 추정하다보니 전체가구 중 25%에 달하는 1인 가구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혼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 ‘싱글세 신설’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한국 납세자연맹이 연맹 회원 중 1만6천명의 연말정산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법개정안 효과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연봉 2360만원에서 3800만원 사이인 미혼 직장인은 전년보다 최고 17만원 정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봉이 3000만원인 미혼 직장인이 다른 공제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2013년에는 1125만원이던 근로소득공제는 2014년에는 975만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근로 ‘소득공제’를 줄이는 대신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조금 늘려줬지만 이 경우도 근로소득세액공제는 53만2144원으로 전년보다 7만4250원 늘어난다.
근로소득공제 축소로 24만7500원의 세부담이 늘어났는데 줄어드는 세부담은 7만4250원이니 이 경우 세금이 17만3250원 늘어나는 것이다.
◇ 같은 4인가족 이라도 6세 이하 자녀 유무에 따라 세금부담 달라
이번 연말정산의 또 다른 피해자로 꼽히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도 비슷하다.
같은 연봉의 4인가족이라도 해도 자녀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는 6세 이하 자녀를 뒀느냐, 6세 이상 자녀를 뒀느냐에 따라 세법개정안의 효과는 달라지지만 정부는 이런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세수추계를 한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자녀가 2명이면 100만원, 3명째부터는 1인당 200만원씩 소득을 깎아주는 다자녀 추가공제와 6세이하 자녀 1명당 100만원씩의 자녀 양육비 공제가 사라졌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 직장인에 대해 특별공제를 받는 국세통계평균값을 적용한 결과 6세 이하 자녀가 2명인 경우 지난해보다 세부담이 12만6790원 늘었고, 3명인 경우는 36만4880원 증가했다.
4대보험 외 다른 공제가 없는 경우 6세 이하 자녀가 2명이면 세부담이 11만2750원 증가했고, 3명인 경우 38만7750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절세상품이라는 연금저축 400만원 보장성보험이 100만원 있는 경우에도 6세 이하 자녀가 2명인 경우 27만7750원, 3명인 경우 55만2750원 각각 세부담이 늘었다.
또 정부는 다자녀 추가공제와 6세이하 자녀 양육비 공제를 없애는 대신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자녀장려세제는 부부 연간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과는 관계가 없어 세부담은 증가한다.
◇ 정부 "서민에게 유리" 앵무새 답변…논란 일자 뒤늦게 "일부 증세" 시인
이처럼 납세자 상황에 따라 세법개정안의 영향이 다르지만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감소하게 설계했다'며 앵무새같은 답변만 내놓아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지난해 8월 5일 주형관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된 세법개정안 발표내용을 보면 "고소득자, 대기업의 세부담은 9,700억 원 증가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4,900억 원이 감소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을 뿐 같은 소득이라도 납세자 상황에 따라 세금부담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
세법개정안 발표이후 납세자연맹은 “자체 검증결과 세수추계금액의 ±20% 이내에 해당하는 사람은 18%에 불과한 판면 ±20%를 벗어나는 사람이 82%에 달했다”며 정확한 세수추계를 주문하고 나섰지만 기재부는 “개인별로 부양가족 여부, 공제 신청 내역 등에 따라 실제 공제액의 크기가 (정부 발표와)다를 수 있다”면서도 “국세청으로부터 전체 근로자의 급여구간이 상세히 구분된 통계자료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세수추계를 하고 있다”며 지적을 일축한 바 있다.
증세가 아니라던 기재부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뒤늦게 세금이 일부 늘어난다고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뒤늦은 19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고소득층은 더 내고 저소득층은 덜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난해에는 많이 거두고 많이 돌려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개편했다"며 "불가피하게 개별적으로 더 내는 사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만 말했다.
문창용 세제실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의 생각은 고소득층에 대해 세금을 더 내게 하고 저소득층에는 EITC(근로소득장려세제), CTC(자녀장려세제) 등을 확대 적용해 소득을 환류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납세자 개인 입장에서 세금이 더 나가게 되면 전체적인 소득세 개편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불가피하게 개별적으로는 더 내는 사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미혼 등에 대한 싱글세 논란에 대해서는 "공제받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 불가피하게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그런 효과를 완충 없이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부양가족 공제와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등에서 부양가족이 있으면 혜택을 많이 주도록 설계돼있어 상대적으로 독신자는 혜택을 못 받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세정당국 관계자는 "환급액 축소에 대한 불만이나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미혼 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부분은 정부가 예견했을 것"이라며 "다만 연말정산 환급액이 가시화되는 때 이 정도의 국민 반발이 있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