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의 제작사인 하리마오픽쳐스 임영호 대표는 용산참사 6주기 전날인 19일 CBS노컷뉴스에 "소수의견을 기획했던 2012년 초 '우리 영화가 개봉할 때는 극중 세상이 과거형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지금 더 큰 아픔과 질곡 속에 있게 됐다"며 "소수의견의 개봉이 더욱 늦어진다 해도 현재 진행형인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게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말은 앞서 13일 열린 '용산참사 6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의 기자회견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추모위는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용산참사 현장은 말 그대로 죽음의 땅으로 남겨져 있다"며 "폐허가 돼 고작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이 '여기 사람이 있다'고 절규하던 철거민들을 서둘러 진압해 여섯 명을 죽게 했던 자리라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전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수의견은 서울 도심 재개발지구의 망루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을 두고, 이를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인단의 공방을 다루고 있다.
임 대표는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원작 소설의 출간 이듬해인 2011년부터 책을 들고 투자자를 찾아다니다가 안 돼, 결국 제게 와 판권을 구입하게 됐다"며 "소설 자체가 주는 선동적이지 않은 진정성이 좋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소설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해 무자비한 국가권력 등 우리 시대 끔찍한 모순 들을 끄집어낸다. 영화는 이러한 소설의 맥을 오롯이 가져오는 동시에 사회 현실을 보다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떠나서 팩트만 보더라도 용산참사의 본질은 '그렇게까지 무리한 진압을 할 필요가 있었는가'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에 있다고 본다"는 것이 임 대표의 견해다.
그는 "이러한 의문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여기던 차에 소설을 접했지만, 영화화에 따른 위험부담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라면서도 "책에서 인용된 '입법된 후 권력에 의해 안정된 실정법은 그것이 부당하더라도 정의에 우선한다. 다만 실정법과 정의가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정도로 모순될 때는 정의가 우선한다'는 '라드부흐르 공식'과 '우리는 개인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시대와 역사를 사는 것이다'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읽고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 "창작물에 대한 자기검열 강요는 한국영화산업에 자충수"
임 대표는 "소재가 너무 민간해 주변에서 '투자가 되겠냐'는 의문을 가졌지만 의외로 CJ 측에서 투자를 했고, 작품을 완성했지만 이후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안타깝게도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CJ 측과는 올 상반기 안에 좋은 시기를 찾아 어떤 식으로든 개봉을 하자는 쪽으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40억 원대 한국영화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19억 원의 순제작비를 들였다"며 "법정 장면을 찍으려고 전국 지방법원을 돌아다니면서 아침 공판이 시작하기 전까지 새벽에 촬영을 했고, 배우들도 예산이 워낙 적으니 특별·우정 출연 형태로 개런티를 낮춰 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소수의견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졌다. "그만큼 영화와 소설, 영화와 현실 사이 간극을 읽어내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것이 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용산참사가 벌써 6주기를 맞았는데, 소수의견이 개봉하면 이를 잊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우리 영화가 편협한 프레임에 갇혀 선동·편가르기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메시지가 왜곡되는 일 없이 따뜻한 영화로 다가가길 염원한다"고 전했다.
특히 임 대표는 최근 창작자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듯한 영화계 분위기가 자칫 영화 산업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창작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작자로서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엄연한 현실의 흐름과 사실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고, 그렇게 지난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내놨다"며 "주변에서 '투자자들이 정치·사회 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안 가져왔으면 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거대한 외국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현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창작이 위축되면 한국영화계는 향후 2년 안에 중국 미국 등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