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차이인 두 개 운동 사이에서 당사자인 해고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 와락의 대표이자 남편이 해고노동자이기도 한 권지영씨는 그들이 "바보같다"고 말한다.
"많은 분들이 해고되고 나서도 참 바보같이, 회사에서 쫓겨났는데도 '우리 회사', '우리 차가 튼튼하고 좋다' 이런 말들을 한다. 서운하고 원망스럽고 사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동시에 내가 다녔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굳이 따지자면 애증에 가까운 감정들이다. 권 대표는 다만 "해고자들을 복직시킨 다음에 티볼리를 생산해서, 좋은 회사가 좋은 물건도 만든다는 인식 속에서 티볼리가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는 이미지가 중요한 고관여 상품이다. 평판, 여론에 민감한 상품인 만큼 쌍용차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티볼리 출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따로 일정까지 내고 해고노동자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쌍용차에 근무 중인 공장 내 노동자들이 노보 등에 '3자 대화(사측-공장노조-해고노동자)의 틀이 마련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싣는 등 해고노동자들을 대화 당사자로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역시 해고자 복직을 지지하는 분위기의 한 축이다.
권 대표는 "정리해고가 있었던 2009년 이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료들끼리도 산자와 죽은자가 나뉘면서 관계가 너덜너덜해졌었다"며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얼마나 삶이 팍팍해졌는지를 눈으로 보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요즘에는 문자로 격려 메시지도 보내고 후원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평택 쌍용차공장의 70m 굴뚝에는 마힌드라 회장의 방한 이후 생수 등 필수물품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쓰던 깔개는 피켓으로 만든 뒤 변변한 방한용품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사측은 공식 교섭을 시작하자는 해고노동자 측 요구에 회신하지 않고 있다. "마힌드라 회장이 방한하기 전까지는 해고노동자 문제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분위기였는데 상황이 정리됐다는 인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쌍용차는 흑자 전환을 해고자 복직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