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있을 일선 경찰의 보직인사에 맞춰 정보부서 통폐합과 대폭 물갈이 등이 논의되면서, 정보 담당 경찰관들은 자신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초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정윤회 문건'을 속칭 '찌라시'로 규정하고 개인적 욕심에 의한 문건작성 개연성을 시사하면서 당장 경찰 정보부서 존폐론까지 여론이 악화되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말 치안수요와 정보생산 규모가 가장 큰 서울지방경찰청에 정보업무 개선방안을 통보하고 정보관리와 문서출력 등 보안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청은 현재 600명에 육박한 소속 정보관들 수를 대폭 줄이고 베테랑 정보관들로 구성된 정보1분실과 2분실 소속 경찰관을 감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핵심 정보부서 인원 30% 감원과 비정보부서 맞교환 방식 등이 논의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A 정보관은 "이번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돼 외부로 옮기게 되면 결국 문건유출에 따른 책임론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낙인효과가 생길 게 뻔하다"며 "또 하나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A 정보관은 "신뢰를 형성하고 유용한 휴민트(정보원)를 얻으려면 최소 3년은 넘어야 한다"며 "오늘 밥 한번 먹었다고 내일 자판기처럼 정보가 덜컥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각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올라오는 정제된 각종 정보는 경찰 수뇌부는 물론 정부 요로에까지 보고되어왔고 그간 이런 정보생산이 종용됐다는 것.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은 정보관들이 올리는 정보보고서의 양과 질을 따져 하위 10%는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등 정보실적을 매년 인사에 반영해왔다.
특히 필요에 의해 특별요구첩보 지시까지 받아 담뱃값 인상이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 민감한 민심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며 충성했는데, 박관천 문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개혁 대상으로 오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다른 B 정보관은 "정보통도 아닌 박관천 과장의 일탈행위로 정보부서 전체가 잘못된 정보수집 관행을 해온 것처럼 비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B 정보관은 "사람은 인수인계가 안된다"며 "서울청 정보분실은 베테랑 정보의 산실이라 불리는 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대대적으로 교체할 경우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분실 폐쇄나 인원 감축 등이 아니라, 소위 윗선이 생산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문제의 해법이 있다는 지적이 당연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로 촉발된 정보부서 인적쇄신 관련 경찰 내 잡음은 다음달 초 보직인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