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들어서자 경찰과 시청, 적십자사 등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간이 탁자 앞에 앉아 피해상황과 구호물품 및 종합 안내, 경찰 민원 등을 접수하고 있었다.
체육관에는 스티로폼 매트리스를 감은 단열재가 줄지어 깔렸고, 그 위엔 52개의 텐트가 강단 위에까지 가득했다. 한편에는 휴대전화 충전기, 음료대 등도 마련됐다.
곳곳에 가스난로가 설치됐지만, 한겨울 넓기만 한 체육관에 온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황판에는 사망자와 부상자 현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주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는 주민들, 안부 전화를 받는 주민들, 가족을 찾으러 온 사람들, 병원에 있는 동생을 대신해 짐을 찾는 방법을 문의하러 온 남성 등이 보였다.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주듯 주민들은 짐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 슬리퍼만 신고 겨우 빠져 나왔는지 텐트 앞에 슬리퍼들만 놓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 4층에 거주했다는 주민 A 씨는 "허술히 옷 하나 입고 밖에 나온 사이에 집이 다 타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건물인 드림타운 6층에 거주했던 김모(46) 씨는 "부산으로 출장을 가기 위해 불나기 30분 전에 나왔었다"면서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 기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차량과 집이 다 타버렸다"고 허탈해했다.
김 씨는 이어 "헬리콥터들이 낮게 날면서 계속 바람을 아래로 일으켰기 때문에 화재가 확산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헬기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정부시와 적십자사는 응급구호물품 키트 50개, 스티로폼 80개, 매트리스 10개, 적십자구호물품 104개 등을 마련했다. 대피소 옆에는 천막 4개 동에 간이 탁자 20여 개를 들여놓은 식당이 설치됐다.
이날 42명의 주민이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나머지 주민들은 이곳에서 준비한 찜질방 티켓 140장을 받아갔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27분쯤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0명이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