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1조 4천억?…3면 극장 '스크린X' 뭐길래

양쪽 벽면까지 스크린…해당 기술 활용 첫 영화 '더 엑스' 감상 회상기

스크린X 기술을 활용한 첫 극영화 '더 엑스(The X)'의 한 장면. (사진=CGV 제공)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CJ CGV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스크린X'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했다.

스크린X는 객석 정면의 스크린을 넘어 양쪽 벽면까지 3면을 활용한 상영 방식을 일컫는다.

경제적 파급 효과 1조 4000억 원의 근거는 전 세계에 있는 14만 개 상영관 가운데 5%만 점유해도 상영관 한 곳당 2억 원의 원천기술을 판매할 수 있다는 데서 얻었다는 것이 CGV 측의 설명이다.

최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라면 영화 상영 전 이 방식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스크린X 기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스크린X는 CGV가 카이스트와 공동개발한 기술로, 민관 합동 '미래성장동력분야 플래그쉽 프로젝트'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는다. 2017년까지 150명의 관련 전문인력 풀도 양성한다.

이 기술은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내 7개, 해외 1개관(CGV LA)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외 총 151개(미국·중국 포함 12건 등록) 특허까지 출원한 상태다.

CGV는 올해 안에 스크린X 상영관을 20개 이상 추가 설치하고 2020년까지 전 세계 500개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크린X로 영화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던 2013년 10월 4일, 이 기술을 활용한 세계 첫 극영화 '더 엑스(The X)'가 상영됐다. 당시 현장에서 영화를 봤던 느낌을 옮긴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고 강동원 신민아가 주연한 이 영화는 요원 X(강동원)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스크린X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법을 모색하는 실험적 성격이 짙었다.

이 영화는 극 초반 10여 분 동안 기존 영화와 다름없이 메인 스크린만 사용해 이야기를 꾸려간다. 그러다가 지하실에 들어간 요원 X가 어두운 공간에 손전등을 비추는 장면에서 돌연 양쪽 벽면에 손전등 불빛이 비춰지면서 스크린X 기술이 구현된다.

이후 스크린X 기술은 넓은 배경을 담을 때, 메인 스크린에서 이뤄지는 사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할 때, 극의 흐름과 관계 없이 메인 스크린의 영상을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로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이 기술은 액션신, 추격신, 카체이싱 장면 등에서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데, 특히 복도나 터널, 도로 등 좁으면서 긴 공간에서 이뤄지는 장면에서의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이날 영화 더 엑스의 시사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에는 김지운 감독과 스크린X 개발을 총괄한 노준용 카이스트 교수 등이 참석해 이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김지운 감독은 "기존 프레임보다 지평을 넓혀 이미지나 그림에 담긴 영화적 맥락, 상징 등을 더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연출 제의를 받아들였다"며 "처음에는 아이맥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스크린X는 삼면의 공간을 꽉채우는 느낌이어서 더 강렬하고 직접적인 감각을 주는 듯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스크린X로 구현된 영화 역시 기존 영화처럼 시선을 메인 스크린에 두고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 기술을 처음 대할 때는 양쪽 화면이 스팩타클하게 펼쳐지니까 무엇인가 시선을 세심하게 계산하려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면을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양 옆 화면의 역할은 관객이 특정 공간이나 상황에 있다는 점을 끌어올리는 강렬함을 주는 것으로, 양 옆에 시선을 빼앗길 필요없이 계속 앞을 보면서 옆 화면들이 주는 느낌들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면서 스크린X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을 담을 때 외에도 극중 어두운 방에서 스멀스멀 무엇인가 움직이는 장면이나 예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호러 등의 주제나 스타일 활용에도 의미가 있을 듯한데, 비주얼리스트는 물론 스토리텔러들이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 틀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노준용 교수는 "관객들이 극장에서 느끼는 느낌이 달라지지 않고, 비용을 최소화해 극장을 최대한 바꾸지 않는 선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3면에 영상이 나온다 해서 다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좌우 화면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화적 자유도를 높이자는 것이 커다란 의도"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30분짜리 단편 안에서 극대화된 기술적 활용도를 보여 주려다보니 영화가 극적인 리듬 안에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짦은 상영시간 안에 여러 기법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며 "앞으로 이 기술을 활용한 장편 영화가 기획 된다면 아이맥스를 보듯이 편한 시간의 흐름, 감정의 교감을 통해 기술적으로나 영화적으로 더욱 폭넓은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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