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민정수석 항명…무너진 靑 기강, 인적쇄신 요구 더 커질 듯

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출석 지시 거부 등 항명사태로 청와대의 공직기강이 무너졌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면서 청와대 인적 쇄신 요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사태는 오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정윤회 문건' 유출자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영한 민정수석의 출석을 지시했으나 김 수석은 이를 거부하며 사의를 밝혔다고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가 전했다.


김영한 수석이 직속상관인 김기춘 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음은 항명 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김영한 수석이 여야 합의 사항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민경욱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김기춘 실장이 오전에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무자세와 기강을 철저하게 바로잡겠다. 저를 비롯한 비서실 전 직원은 결연한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운영을 지원함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김 수석의 국회 출석 지시 거부는 청와대의 공직기강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 수석의 항명 파문은 지난해 9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른바 '셀프 퇴진'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형태로, 김기춘 실장 이하 비서진들의 공직기강과 명령 전달 체계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청와대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영한 수석은 "문건 유출 사건이후 보임되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국회 출석 여부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공세라고 생각하며,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되어왔는데 정치 공세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민 수석은 그러면서 "김 수석은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이 아무리 국회의 정치공세에 반발해 사퇴할 뜻을 정했다고 해도 김기춘 실장의 지시와 국회 운영위 일정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일종의 자중지란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건유출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위원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깊이 자성하고 있다"는 김기춘 실장의 국회 발언도 김 수석의 항명 파문 속에 빛이 가려지게 됐다.

이처럼 "청와대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이 터져 나오면서 여야 각계에서 분출되는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는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에 따른 난맥상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김 수석은 대검 강력부장 출신에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지난해 6월 3기 참모진 출범시 청와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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