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소비자 체감 열쇠는 '유류세'

소비자단체 "유류세 중 탄력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 조정 필요성"

국제유가가 5년 8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7일 오후 배럴당 50달러선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평균값은 여전히 1500원대 중반에 판매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국제 유가 폭락 효과를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가 인하로 연결시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유통업계에 소비자가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9일 마련한 '석유 및 LPG 유통업계 간담회'는 정부와 업계 양측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휘발유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 조정 문제였다.

한국주유소협회 등 업계 측은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 유통 마진만 줄여 소비자가를 인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류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는 물품 양에 따라 일정하게 세액이 정해지는 종량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격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종가세가 아니라 양에 따라 정해지는 종량세이다 보니 국제 유가가 내려간다고 유류세가 따라서 같이 내려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측은 "유통 마진을 줄일 여지가 있으면 줄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세금 문제인데 세금은 업계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유류세 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채희봉 에너지산업정책관은 9일 "유류세는 국제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재정 수입을 거두는 차원에서 대부분 종량세로 운영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인하를 위한 유류세 조정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희봉 정책관은 또 "유류세를 줄인다면 결국 다른 부분 세금을 늘려야 재정 수입이 확보되기 때문에 세금 부분은 석유제품 가격 인하의 초점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 혜택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게 하려면 유류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소비자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이서혜 팀장은 "국제 유가가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현재 유류세를 조정하지 않으면 가격 인하 여지가 적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서혜 팀장은 "유류세 전반에 손을 대는 건 쉽지 않겠지만, 유류세 가운데 탄력세로 운영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휘발유 리터당 세율을 475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변동 등 사정에 따라 그 세율의 30%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휘발유 1리터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29원으로, 원래 세율보다 11.3%가 더 많은 금액이다.

'유류세 중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탄력세율을 현행 11.3%에서 0%로 줄이거나 더 나아가 마이너스 세율을 적용하면 석유제품 소비자가 인하 여력이 더 커진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석유유통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정부가 거꾸로 업계와 소비자단체의 유류세 조정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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