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려는 의도도 있을 테지만 믿는 구석이 없는 상황에서는 쉽게 밝히기 어려운 목표다. 그만큼 한화의 전력은 얼추 구색을 갖추게 됐다.
더욱이 김 감독은 지난 2007년 SK에 부임하자마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까지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독수리 둥지에서 처음 시작하는 김 감독과 한화의 올 시즌이 기대감을 모으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2007년의 SK와 2015년의 한화는 어떨까. 어떤 점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를까. 당시의 두 팀 사이, 8년 세월의 간극 속에 김 감독의 첫 시즌은 어떻게 전개될까.
▲07년 SK, 투타 안정에 야신 용병술까지
2006시즌 SK는 6위에 머물렀다. 60승1무65패,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조범현 현 kt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현재 한화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았다. 2003년 정규리그를 3위로 마무리한 뒤 2000년 창단 이후 첫 KS까지 올랐고, 2005년에도 3위로 가을야구를 치렀다. 징검다리이긴 했지만 4강 전력은 된다는 평가였다.
초대 강병철 감독과 조 감독을 거치면서 선수단이 차츰 갖춰졌다. 꾸준히 유망주들을 모으고 조련해 강팀의 기틀이 마련됐다. 김성근 감독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장기간 선수들을 잘 길러내는 지도자로 강 감독을 꼽은 바 있다.
여기에 김 감독이 부임해 SK 왕조를 열어젖힌 것이었다. 선수 조련뿐만 아니라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탁월한 김 감독은 2007년 정규리그 1위(73승5무48패)를 이끌었다. 내친 김에 두산을 누르고 개인은 물론 팀 사상 첫 KS 우승까지 일궈냈다.
여기에 김 감독은 김경문 현 NC 감독의 두산과 함께 한 베이스씩 더 뛰는 이른바 공격적인 '발야구'로 한국 야구의 수준을 격상시켰다. 당시 도루 10위 안에 3명씩을 넣은 유이한 팀들이었다. 5위(25개) 조동화(SK), 6위(24개) 정근우, 8위(21개) 박재상(SK) 등이 빠른 야구로 실책을 유도하는 등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마운드도 안정적이었다. 다승 10위 안에 3명이 올랐다. 레이번(17승), 로마노(12승), 채병용(11승) 트리오가 선발진을 지켰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정대현(롯데)이 27세이브를 올렸고, 중간 계투로는 윤길현(18홀드), 조웅천 SK 코치(16홀드), 정우람(14홀드), 가득염 두산 코치(12홀드)가 맹활약했다. 우승팀에 걸맞는 투타 조화였다.
▲'FA-외인 보강' 한화 "이번엔 다를 것"
한화는 2010년대 들어 5시즌 중 4번이나 꼴찌를 했다. 최근 3년은 도맡았다. 워낙 전력이 좋지 않았다. 2013시즌 뒤 정근우, 이용규를 137억 원을 들여 영입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2007년 당시 SK와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알찬 보강을 이루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배영수, 권혁, 송은범 등 투수 3명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임경완, 권용관, 오윤 등 쏠쏠하게 쓸 자원들도 보강했다.
무엇보다 선수 조련의 귀재 김 감독의 가세가 가장 크다. 지난 시즌 뒤 마무리 훈련에서 김 감독은 특유의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1차적으로 이끌어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만큼 자원들을 발굴해내느냐가 남아 있다.
권혁이 합류한 불펜도 신뢰가 간다. 지난해 군 제대한 윤규진과 안영명에 양훈도 올해 합류한다. 타선은 정근우, 이용규 테이블 세터진에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 나이저 모건 등이 중심 타선에 포진한다. 수비는 김 감독이 자랑하는 죽음의 펑고로 해결할 문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한화가 최근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면서 "우승은 장담하기 쉽지 않지만 5강 안에는 확실하게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2007년의 SK가 전임 사령탑들의 유산이 남아 있었다고 하지만 올해 한화도 그동안 다져진 게 없지는 않다"면서 "김응용 전 감독이 그래도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어느 정도 기틀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2007년 SK 부임 후 2년 연속이자 3번 KS 정상에 올랐다. 2011시즌 중 물러날 때까지 4년 연속 KS에 올라 왕조를 구축했다. 과연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첫 시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