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전 조사에도…"휴대폰 단말기 시장 최악"

35개 시장 조사항목 대부분이 '적신호'

(자료사진)
제품 간 비교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제품을 파는 사업자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곳. 여기에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까지 어려운데, 가격은 또 비싼 제품이 많은 시장. 이토록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시장은 어디일까.

한국소비자원이 7일 발표한 '2014 한국의 소비자시장평가지표'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 단말기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나쁜 평가(69.4점)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전체가구 소비지출의 54.6%를 차지하는 16개 상품과 19개 서비스 등 35개 시장을 대상으로, 이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소비자시장성과지수(CMPI)를 산출한 결과다.

휴대폰 단말기는 ▲ 비교용이성 ▲ 소비자문제·불만 ▲ 만족도 ▲ 신뢰성 ▲ 사업자 선택가능성 ▲ 가격 등 6개 항목에 대한 소비자 평가에서 소비자문제·불만(93.5), 신뢰성(67.7), 가격(40.5) 항목에서 35개 시장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조사는 지난 해 9월 진행된 만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따른 소비자 반응이 반영되지 않았다. 단통법이 '호갱(호구+고객)법', '된통법'으로 불리며 거센 비판과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오는 6월쯤 발표되는 향후 조사에서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매년 동일한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시계열적 변화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조사의 의미 중 하나"라면서 "다음 조사결과에는 단통법 시행의 결과를 실증적으로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단말기에 이어 중·고교 교복(69.5점)은 0.1점이라는 간발의 차로 최악의 시장이라는 불명예를 피해갔다. 교복의 경우 사업자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시장 중 최하를 기록하는 등 낮은 점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주택 수리·인테리어(70.1), 산후조리원(70.9), 상조서비스(70.9), 치과치료(71.1) 등도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시장 평균은 72.4점으로 대체로 만족치가 낮은 것이다.

이를 조사항목 별로 적신호(경고), 황신호(미흡), 청신호(유지)로 나타나는 '소비자 지향성 신호등'으로 시각화하면, 오통 빨간불 아니면 노란불이다. 경고등만 무려 51.4%를 차지한다. 운동화 시장과 프랜차이즈커피숍 시장은 6개 조사항목 중 청신호가 4개 이상으로 전체적으로는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지만, 가격과 소비자문제 항목에서는 황신호나 적신호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시장들이 전체가구 소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만족도도 여기에 비례해 낮을 거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실제로 조사의 지표로 사용한 CMPI를 유럽시장과 비교해보면, 상품시장과 서비스시장은 각각 7.5점, 3.4점씩 점수가 낮았다.

소비자원은 "국내 소비자물가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기업의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시장이 정보 제공이나 소비자 불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에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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