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의 눈물 '팬도 매너가 필요하다'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전주 KCC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9, 221cm)은 작년 12월9일 서울 SK와의 경기 도중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하승진이 통증을 호소하자 동료가 경기 진행을 끊기 위해 일부러 상대 선수에게 반칙을 했다. 명백한 속공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심판은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1(U-1)을 선언했다. 비신사적인 반칙이었다는 것이다.

하승진에게는 불운의 시작이었다. 하승진이 결장한 기간에 KCC는 7연패 늪에 빠졌다.

마침내 코트에 섰다. 새해 첫 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경기가 복귀전이었다. 그런데 하승진은 두 차례 비신사적인 행동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

리오 라이온스에게 팔꿈치 가격을 당했다. 하승진을 골밑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팔꿈치에 코를 맞았다. 복싱의 '카운터펀치' 수준의 충격을 받은 하승진의 코뼈는 부러졌다. 다만 이 장면에서 라이온스에 고의성을 묻기는 어렵다.

이미 몸은 아팠다. 그 다음 장면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한 여성 팬의 폭언을 들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왜 엄살을 부리냐며 비꼬는 말이었다고 한다.

후자의 고통이 더욱 컸다.


KCC 관계자는 "하승진이 라커룸에 들어가 대성통곡을 했다. 라커룸 밖으로 울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괴로워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하승진에게 상처를 입힌 팬이 직접 사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하승진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관계자들이 만류했다.

경험을 떠올려 보자. 운동을 하다보면 다치는 경우가 있다. 휴식과 재활을 거쳐 다시 운동하러 나간 날, 또 부상을 당한다면? 다시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된다면? 이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심적 고통은 헤아릴 수가 없다.

하승진에게는 부상 트라우마가 있다. 부상이 잦은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여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직접 장문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시 하승진은 남과는 다른 신체적 조건 때문에 어려움은 많지만 한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현장 관객의 폭언에 하승진이 흥분한 이유다.

다만 하승진의 행동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하승진의 분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는 팬과 물리적 충돌을 벌이려고 해서는 안된다.

2006년 뉴욕 닉스의 안토니오 데이비스는 시카고 불스 원정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한 남성 팬이 자신의 부인을 괴롭히는 장면을 봤다며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다. 관계자들의 만류로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은 "어떤 이유에서든 팬과 싸움을 벌이면 안된다"는 이유로 데이비스에게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당시 여론은 데이비스를 두둔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NBA는 원칙을 지켰다.

그렇지만 하승진 만을 탓할 수는 없어 보인다.

KBL 규정 제24조를 살펴보면 '홈팀과 방문팀은 경기 중 응원단의 질서 유지를 위해 적절히 조치를 취하여 사고 방지에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일은 분명히 사고다. 그러나 구단도 예상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구단 관계자들이 하승진이 직접 팬과 대면하는 상황을 막은 것은 잘한 일이다.

팬들은 경기장 안에서 많은 권리를 갖는다. 야유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선수를 자극하는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 상호 매너가 필요하다.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코트사이드 좌석이 늘어나면서 선수와 팬이 코트에서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이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팬 역시 선수에 대한 매너를 지켜야 한다. 선수와 더 가까워진만큼 매너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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