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甲 판치는 세상, 미생이 울린 경종
② '미생들'이 꼽은 '미생' 명대사와 그 이유
③ 40대 직장인 "오차장? 현실엔 없는 인물!"
④ 지상파와 달랐던 '미생' 제작 공식
⑤ 드라마 미생, 톱스타 없어 더 뭉클했다
⑥ 웹툰 팬들의 아쉬움, 드라마에 빠진 이 장면
⑦ 제작부터 종영까지…숫자로 본 '미생'의 모든 것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4개월 간의 여정. 그 동안 시청자들은 '미생' 속 원인터내셔널 직원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제작과정부터 종영까지, '미생'을 10가지 순간을 숫자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 1
평생을 바둑만 두고 살아온 장그래(임시완 분)는 일명 '무스펙자'다. 그의 이력서에는 해외연수, 어학시험 등 '스펙'이라고 불릴만한 경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단 하나.
이것은 그가 '낙하산'이란 증거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처음 원인터내셔널 직원들 모두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 2
'미생'은 유독 2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다. 인턴에서 계약직으로 거듭난 장그래는 2년의 계약기간 동안 원인터내셔널 영업 3팀에 몸을 담게 된다. 2년 간 '미생'이었던 그는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과 배움을 쌓고, '완생'을 향해 나아간다.
제작에도 숫자 2를 빼놓을 수 없다. '미생'은 현재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 제작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정확한 제작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작의 시즌2가 연재되는 이상, 시즌2 제작이 현실화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 4
'미생'의 주축을 이루는 인물은 이제 막 직장에 입성한 사회초년생들이다. 장그래, 안영이(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한석율(변요한 분) 등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직장생활의 단맛과 쓴맛을 본다. 각자 개성도, 성격도 다른 이들 캐릭터는 낯선 직장에 던져진 사회초년생들에겐 유독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생'이 사회초년생들의 직장생활백서라고 불리게 된데는 이들의 4명의 공이 컸다.
◈ 8.2
가장 눈에 띄는 '미생'의 업적은 바로 시청률. '미생'은 방송 내내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는 tvN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 깊은 공감대 형성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거의 매회 시청률 상승을 이뤄낸 것.
처음 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대였던 시청률은 4개월 간 꾸준히 올라 20일 마지막 방송에서는 8.2%에 이르렀다. 이로써 '미생'은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를 통틀어 처음으로 시청률 8%의 시대를 열었다.
◈ 26
'미생' 속 장그래의 나이는 26살이다. 무언가에 도전하기도, 가만히 멈춰있기도 애매한 나이. 더욱이 제대로 된 학벌도, 스펙도, 경험도 없는 그에겐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미생'에는 이런 26살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는 장그래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26개 먹을 동안 도대체 뭘하고 살았길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아주 그냥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네"라고 이야기한다. 장그래는 그 말 그대로 자신에게 되묻는다.
"그러게요. 난 26살이 될 동안 뭘했을까요".
◈ 45
좀 더 실감나는 직장생활기를 위해 보조 작가들은 약 1달 반, 즉 45일 간 원인터내셔널의 모델인 대우인터내셔널에 취직했다. 이 기간 동안 책상에 앉아 사무실을 취재하며 매일 출근일지를 썼다. 정 작가가 밝힌 출근일지 내용에는 방향제 냄새부터 요구르트 배달까지, 사무실을 포함한 회사의 모든 풍경이 들어있었다. 그는 무역상사의 디테일이 잘 구축될 수 있었던 공을 보조 작가들에게 돌렸다.
◈ 60
'미생'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약 60명이다. 대사와 동선이 있는 배우들 뿐아니라, 사무실에 앉아있기만 하는 역할에도 전문 배우들을 고용했다. 사소한 차이지만 이로 인해 더 실감나는 사무실 환경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드라마에서는 흔치 않은 이 같은 공동작업 때문일까. '미생'은 주연급 배우들뿐 아니라 조연들까지 모두 주목 받은 드라마가 됐다.
◈ 420
정윤정 작가는 '미생' 집필에 1년 2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그 시간을 '살아남기 위해 치열했던 시간'으로 정의했다. 각색 불가능한 원작으로 여겨졌던 '미생'은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난 망했다. 이 늪에서 살아서 기어 올라와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붙잡았다. 원작 '미생'에 없는 장그래의 젓갈 공장 에피소드도 이런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다.
'미생'이 막을 내린 지금, 정 작가의 마음도 하루하루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는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살아남았다는 심정이에요. 살아남은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 2040
'미생'은 제작과정에서부터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세대의 공감을 추구했다. 드라마의 기본이 되는 보편적 정서 구축을 위해 집필을 맡은 정윤정 작가는 30대 보조 작가들과 몇 달 동안 20대의 꿈과 딜레마부터 사소한 생활습관까지 토론을 벌였다. 정 작가는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연민'이라는 정서를 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집필을 해나갔다.
◈ 4951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가 '미생'을 함께 만들어나가며 제일 많이 썼던 말은 '49대 51'이라는 단어다. 이것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캐릭터든 큰 감정의 폭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캐릭터 감정 폭을 크게 하지 않고 정반대의 법칙을 택한 것. 현실과 밀착된 '미생'의 캐릭터들은 이런 제작자들의 어려움과 고뇌 속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