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단말기를 장만할 때 보조금을 많이 주는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을 고려했겠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가입유형에 따른 보조금 차별이 없어져 기기변경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홍씨의 그러한 기대는 유통점에서 바로 무너졌다. 홍씨가 들은 말은 "기기변경용 아이폰은 없다"는 것이었다. 유통점원은 기기변경 말고 차라리 신규가입을 하라는 말도 했다. 홍씨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김모씨 역시 기기변경을 하려고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으나 6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6개월 이상 써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이 대리점은 저가요금제로 기기변경을 해주면 이통사에서 받는 리베이트가 너무 적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씨는 "단통법 시행 이전에 만연했던 기기변경 차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용자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지난 10월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기기변경은 여전히 '호갱'(호구+고객)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많다.
홍씨와 김씨의 사례에서 본 대리·유통점의 영업행태는 엄연히 불법이다. 단통법은 어떤 형태로든 가입을 거부하거나 고가요금제를 강요할 수 없도록 못박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처벌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거의 매일 현장을 돌며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이러한 불법 영업행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통사에서 유통·대리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통사는 가입자 한 명당 일정 수준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기변경에는 상당히 박한 리베이트를 책정한다. 업계에서는 신규가입·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간 리베이트 격차가 5배 이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유통·대리점에서는 기기변경 고객을 환영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통사의 리베이트는 기업 마케팅 영역이라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일선 유통점에서 워낙 교묘하게 차별 영업을 해 한정된 인력의 단속만으로는 이런 불법 행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기변경 차별에 대한 민원이 늘어나자 방통위는 단통법상 가입거부 금지 규정을 좀 더 폭넓게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19일 "문제의 근원인 리베이트 문제를 건드릴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기기변경에 대한 가입거부는 엄연히 현행법 위반인 만큼 단속을 좀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