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일보가 '비선 간의 다툼'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보도하면서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개입의혹이 불거진 상황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각종 인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몇 차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던 인사가 있었지만 가장 주목을 끈 인사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였다. 진영 장관은 지난해 9월 22일 사의를 밝히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노령연금' 정책을 입안하는 주무장관이었고 인수위시절 부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측근이어서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세간에 알려지기로는 '최원영 복지수석과의 의견차이가 심했다'는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대통령과의 소통 어려움이 사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정설처럼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A 중진 의원은 17일 CBS와의 통화에서 "진영 전 장관이 '몇 차례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지만 만나지지 않더라'고 사석에서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복지정책의 주무장관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인수위 시절 돌연 사퇴한 최대석 인수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사퇴행렬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인수위 당시 언론들은 최대석 위원의 사퇴를 두고 '최대석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로 인사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출범 5개월만인 2013년 8월 5일에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격 경질됐으며 당시 인사 뒤에는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의 눈밖에 났다'거나 '너무 자기 사람을 챙긴 것이 화근이 됐다'는 등의 설이 있었다.
대통령이 인재를 골라 쓰면서 굳이 세상에 그 이유를 속속들이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 또한 선거를 통해 국민이 위임해준 것이므로 대통령이나 인사담당자가 국민의 알권리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청와대는 이후에도 속 시원한 인사배경을 밝히지는 않았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지난 3일 김진선 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김기춘-정윤회 씨간 암투의혹'을 제기했다. 안민석 의원은 당시 "국가 대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런 김진선 위원장의 사퇴는 많은 이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정윤회 씨 사이에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들이 있고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5월 면직처분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대통령 측근과의 인사갈등설'을 주장했으며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사퇴도 의외다는 지적이 많았다.
송 전 수석은 서울교대 총장 재직 당시 1+3 유학 프로그램과 관련해 경찰수사를 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박 대통령 측근그룹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송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이사로 임명된 뒤 14년이나 활동한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는 청와대 지방자치비서관으로 내정됐던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검증단계에서 내정이 철회됐고 이후 경기도 부지사 역시 행정자치비서관 후보로 물색됐으나 결국 윤종인 전 안행부 국장이 임명됐다. 주낙영 부지사의 내정이 철회된 이유는 영포라인이고 이명박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인사프로세스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되고 인사의 명확한 배경도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소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나 의문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보여온 박 대통령의 보안을 중시하는 인사스타일과 인사실책들이 인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