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다른 직원이 휘발유가 주유되고 있는 걸 발견해 급히 중단했지만, 주유소 측은 "시동을 켜놓은 잘못이 운전자에게 있다"며 "수리비의 70%만 배상하겠다"고 고집했다.
경기 안양에 사는 50대 윤모 씨는 어느 출근길 아침에 시동이 안 걸려 카센터를 찾았다가 휘발유가 혼유된 걸 발견했다. 신용카드 영수증에도 휘발유가 주유된 걸로 나와 있었지만, 주유소는 혼유 사실을 끝까지 잡아뗐다.
수원에 사는 30대 이모 씨는 더 황당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디젤 차량에 휘발유가 주유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바로 중단시켰지만, 주유소 측은 "휘발유가 1.8ℓ가량 들어갔으니 윤활유 기능이 더 좋아진다"며 아무 일 아닌 듯 넘어가려 한 것.
바로 연류 주입구와 주유기의 직경 차이 때문이다. 휘발유 차량의 연료주입구는 직경이 2.1~2.2㎝이지만 경유 주유기의 직경은 2.54㎝이다. 따라서 휘발유 차량에 실수로 경유를 혼유하려다가도 주유기가 잘 들어가지 않으니 쉽게 인지하게 된다.
반면에 경유 차량의 연료주입구는 직경이 3~4㎝이지만 휘발유 주유기 직경은 1.91㎝이다. 피해가 경유 차량에 집중되는 까닭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혼유 피해는 384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주유 이후에 운행하다가 이상을 느껴 혼유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주유하기 전에 반드시 시동을 끄고 직원에게 경유 차량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또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에도 금액과 유종을 반드시 확인하고, 혼유 사실이 발견됐을 때는 수리비 배상 등의 약속을 서면으로 받아둘 필요가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혼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28.1%에 이른다"며 "현금 결제를 하거나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면 책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접수된 혼유 피해 가운데 73.1%는 국산 자동차였고, '뉴프라이드'가 14.1%로 가장 많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자동차의 비율은 26.9%였고 이 가운데 폭스바겐의 '골프'가 21.9%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유소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주유원 교육 및 예방 현수막 설치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