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사퇴→사직…조현아는 왜 '미생'에게 졌나

전대미문의 ‘리턴’ 사태로 도마 위에 올랐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결국 여론에 떠밀려 10일 퇴사했다.

전날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되 부사장직 등은 맡겠다고 하는 ‘무늬만 사퇴’ 카드가 역풍을 일으키자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써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칼호텔네트워크 등 한진그룹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8일 변명투의 ‘부실 사과’가 역풍을 낳고 하루 뒤 발표한 보직 사퇴는 ‘꼼수 사퇴’로 비춰지며 더 큰 비난에 봉착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처음부터 진솔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국내 1등 항공사의 상황 판단력을 의심케 한다.

하다못해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라도 사사로운 정을 떠나 ‘사즉생’의 결단을 내렸다면 딸도 회사도 지금처럼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가 한승범(맥신코리아 대표) 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고 여론 수집이나 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10일 조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사건 당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이X' 등의 욕설과 막말을 했고 해당 사무장에게는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경위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은 “기내에서 다소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승무원을 비하하는 욕설은 없었다는 것이 해당 승무원들의 진술”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무장에 대해서도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본사로 이동해 2시간여 동안 면담 후 귀가했고 면담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강요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들은, 비행기에서 초라하게 쫓겨난 40대 사무장의 모습 하나에서 ‘미생’의 아픔을 대리체험하고 있다.

재벌가의 ‘수퍼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검찰도 적당히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뉴욕 JF케네디 공항의 교신기록을 요청한 국토교통부는 11일 이번 사태에 대한 중간 브리핑을 하고, 조 부사장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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