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친분으로 2,3명이서 만난 것은 비밀 회동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몇명이든 정윤회씨와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만남 자체가 확인되면 비밀 회동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청와대 내부 문건에는 '회동'이나 '회합'이라는 표현이 없으며, "정윤회씨가 소위 십상시 멤버들을 만나"라고만 표기돼 있어 검찰 스스로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윤회씨 비밀 회동의 참석자 숫자가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서울중앙지검 유상범 3차장의 입을 통해서부터이다.
유상범 3차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회합의 명수가 중요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명이 아닌) 9명이 모였으니 팩트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데 3명 모임인데, 10명 모임이다. 이건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10명이라면 7~8명이나 적어도 10명 가까이 모였다는 것이지 않냐"고 덧붙였다.
'회합'의 범위를 두고 검찰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0명이 함께 정기적으로 만난 것을 회합으로 볼지, 정윤회씨와 1,2명만 만난 것도 회합으로 볼 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곧바로 검찰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검찰 스스로 회동을 소극적으로 규정해 선긋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면서 "숫자는 주관적인 부분이 개입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을 살펴보면 회합이나 회동이라는 표현은 전혀 없다.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정윤회씨가) 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 서울 강남의 모처(성수대교 남단의 청담동 인근 등에서 자주 변경)서 소위 '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기하고 있음"이라고 돼 있다.
십상시 멤버들 몇명이 모였는지 참석자수는 전혀 특정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만남'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모임의 규모에 천착하면 본질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정윤회씨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한차례도 접촉한 적이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단 한명이라도 따로 만났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윤회씨와 일부 청와대 비서관이 단순한 친분 관계로 만났다고 해도, 이는 비선라인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으로 문건의 신빙성을 높이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몇명이 만났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접촉 자체를 보다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십상시라는 표현 때문에 여러명이 모이는 모임인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정윤회씨와 핵심 관계자들 1,2명만 모이거나 자주 통화를 해도 비선 라인이 존재하는 것이다"며 "국정조사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검찰이 본질을 흐리지 말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