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1. "교문 나선 순간부터 '투명인간' 된 우리들" 2. 떠난 이유 달라도‥모두 '학교 부적응자' 3. "학교 싫어 그만둔 아이들? 절반은 쫓겨난 아이들" 4. "우리도 공부하는데"‥학업중단이라는 '낙인' 5. 시설은 기다리고, 아이들은 모르고‥'엇박자' 지원 6. 학교 밖 세계도 '양극화' 7. "우리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세요" |
"저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선생님이 말끝마다 자퇴하라고 했어요"
"처음부터 찍힌 것 같아요…"
많은 아이들에게 들은 '의외의 대답'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과 동일시되는 '학교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거부하는 이 반응은 사실일까, 그저 핑계일까.
현직 교사가 털어놓은 학교의 모습에는 아이들의 말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 "자퇴는 가장 손쉬운 문제 해결방법"
일반고와 특성화고 등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한 A 교사는 "한 반에 30명이 넘는데다 수업에 다른 업무까지 맡다보면, 자기 반 학생이라도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문제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죠. 그 학생이 학교를 떠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없어지는 거니까… 슬픈 현실이죠."
학교가 '이 방법'을 택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특히 일반고는 학교에 대한 평가 기준이 '대입성적'이잖아요. 학생에게 3년 동안 무엇을 쏟았느냐가 아니라.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1학년 때 문제되는 애들 빨리빨리 어떻게 해결해. 걔네 때문에 학업 분위기 저해되니까' 이런 분위기도 있었어요."
A 교사는 "부적응 학생을 전담 관리하는 교사들에게 평가점수를 높여준다든지,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하는 '제도적 장치'는 갖춰져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들도 있다"며 말을 이었다.
"문제는 사회에서 그런 분들을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거죠."
A 교사는 본인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제가 'B공고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더니 상대방 눈빛이 딱 '실력 없는 교사'더라고요. 근무지가 외국어고, 과학고냐 공고냐에 따라 사람들 태도가 달라요. 교사는 다음 부임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진학률이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 없고…"
다수가 선호하는 학교·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외면당하거나 사실상 '밀려나는' 아이들이 없지 않다는 말이었다.
◈ '학교는 그대로인데 학생만'…숙려제의 '한계'
"선생님들이 저를 안 좋게 보셨어요. 자기 반 애들 물들인다고 하고… 저도 자기 반 앤데… 복학생에 대한 편견이 있나 봐요."
최근 학업중단 숙려기간을 거친 진태(가명·19)는 또 다시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 이전 생활과 달라진 게 없기 때문.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집에 갈 때가 많아요. 애들이 저에게 원하는 건 딱 하나. 담배."
진태는 4주간의 숙려기간 동안 '상담'과 '비누 만들기'를 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학업중단 학생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학업중단 숙려제 의무화를 비롯한 정부 대책과 학교 노력의 성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중도탈락률이 높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최근 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이 됐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무조건 '붙잡고 있으라는' 교장도 있어요."
돌아온 아이들의 상당수가 다시 학교를 떠나는 것은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다.
학교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학생만의' 숙려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한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환경을 바꿔줘야 되는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여러 정책적 노력이나 관심은 바람직하지만, 방향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교'라는 집단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간 건 아이들이지만, 문제는 그 규칙에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교육청도 좀 더 책임의식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