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동학대 사건… 살인죄 판결의 교훈

[화제의 공익법 판결]

(이미지비트 제공)
2014년 10월 16일 부산고법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박모(41)씨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살인죄를 적용하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어린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의 경우 대부분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처벌했고 이 사건 1심에서도 상해치사죄로만 인정했는데,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 관련 시민단체들은 맨손과 맨발로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살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의 전형적인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판결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사건에서도 학대 장소가 ‘피해아동 가정’이었다. 통계적으로 학대 장소는 ‘피해아동 가정’이 가장 많고, 아동복지시설과 어린이집(3.4%) 순이다. 이 말은 가해자가 제3자가 아니라 ‘부모’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울산 계모'사건이나 '칠곡 계모' 사건 등으로 약칭보도해서 ‘계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은밀히 함축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는 친부(41.1)%- 친모(35.1%)-계모(2.1%)- 계부(1.6%)순이다. 즉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에 의해 가정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신고가 중요하다.

둘째,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시작은 단순한 체벌로 시작하다가 가해자의 폭행의 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잔인해진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 아동이 만 5세일 때는 주먹과 발, 회초리 등으로 폭행하다가 만6세 때는 뜨거운 물을 뿌려 2도 화상을 입히고 급기야 만 7세일 때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질 정도로 폭행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즉 아동학대는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아이의 피해가 더 커진다.

셋째, 가해자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도 가해 모는 만 41세의 여성으로 사기죄로 기소된 것 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었다. 즉 평범한 사람도 아동학대의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

넷째, 학대의 동기가 대부분 가해자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도 가해 모는 전 남편과의 이혼 후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과 떨어지고 피해아동의 친부와의 관계도 멀어지자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울분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방편으로 폭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즉 아동학대 사건은 어른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가장 자기 방어력이 낮은 아이들에게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해결책 또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가해 어른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이어린 피해아동의 진술은 신빙성이나 일관성에서 의심받는 경우가 많고, 이 사건과 같이 피해아동이 사망한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사건의 경우도 가해 모는 검찰 수사에서 피해 아동의 의식불명 후 스스로 20분가량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고 119에도 신고하여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다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던 중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래서 1심에서는 이러한 가해 모의 범행 후의 행동은 살인의 고의로 폭행한 자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 대한 혈흔반응 조사 결과 욕실입구 바닥, 내부 손잡이 등에 광범위한 혈흔반응이 확인되면서 가해 모가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바닥 등의 피해자의 혈흔을 서둘러 지운 정황이 드러나서 가해 모의 진술이 의심받게 되었다. 즉 피해아동의 진술 이외의 다른 자료들, 예컨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즉각적인 현장 조사를 강화하는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경우도 판결문에서 “가해 모에 대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문의 164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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