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이면 청와대의 독주와 독선에 일정 부문 제동을 걸고 청와대의 거수기 여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게 바로 민심의 지지로 연결돼 여론조사에 압도적인 1위로 2위이던 서청원 최고위원과 표 차이를 크게 벌렸다.
당 대표 선출의 일등공신은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구호였다.
그런 김무성 대표의 작금의 모습을 보면 청와대에 할 말은커녕 "송구합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20일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 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FTA와 민생법안, 공무원연금 제도가 조속히 통과되도록 여당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음 정부를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통해 큰 업적을 갖고 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 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다음부터는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국 방문 때의 개헌 봇물 발언 직후에도 이 발언과 관련한 파문이 일자 이를 진화할 목적으로 하루 뒤인 17일 "대통령에게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 대표는 당 대표 당선 하루 뒤인 지난 7월 15일 박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6일 청와대 방문에서는 "당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잘 보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이며 여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며 "자신은 그 역할의 앞장을 서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을 위해 분골쇄신이라도 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공사석을 막론하고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으니 언론이 부채질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큰소리를 치다시피 한 김무성 대표가 왜 박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일까?
차기를 넘보는 여권의 2인자로서 당연한 처신이라는 동정론이 우세하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주변 인사들로부터 박 대통령을 잘 모셔야 하며, 대통령의 성공이 김 대표의 차기와 직결돼 있다는 조언을 자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대통령에게 너무 저자세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잘 알면서 왜 물어보나"라고 에둘러 심정을 표현한다.
차기를 넘보는 지도자로서 50% 안팎의 견고한 박 대통령의 지지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이같은 결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엇박자를 보이면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김 대표에게 곧바로 등을 돌린다는 게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본의 아니게 친박을 벗어나려다 공천 탈락이라는 비운을 겪기도 했고, 당내 친박 세력의 견제도 김 대표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새누리당이 김 대표에게로 급속히 재편되는 듯이 보이지만 최대 주주는 여전히 박 대통령이며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흔들려고 작심하면 김 대표로서도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이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으로 확인된 셈이다.
만약 그때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정현 최고위원이 김태호 최고위원에 이어 잇따라 사퇴했다면 김무성호는 무너졌을 것이다.
김 대표 측근들은 당시에 겉으론 초연한 듯이 보였으나 내심으로는 적이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특히 지난달 21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로부터 개헌 봇물과 관련한 심한 면박(?)을 당한 뒤 가급적 청와대와의 충돌을 피하고 있다.
김 대표는 MB 정권 시절 입각과 원내대표 제의를 받고 박 대통령(당시 박근혜 의원)에게 알렸을 때 "꼭 하고 싶으세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의리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싶어하는 성향이 누구보다 강한 정치인이다.
정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발탁에 의해 시작했지만 자신이 모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했다는 부정 평가를 두려워한다.
체질상 배신이라는 딱지를 받는다면 할복이라도 하겠다는 의리와 신의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로부터 한 때, 아니 지금도 "박 대통령에게 배신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한다.
이와 못지않게 만약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할 말을 다 해버리면 결국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덫'에 걸려들게 된다는 나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린 나머지 할 말을 자제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 누구에게도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김무성 대표가 20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할 때 고개를 좀 굽혔다.
개인적 성향이기도 하고 다목적의 정치적 포석을 깔고 있다.
그럴지라도 '무대(김무성 대장군)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여당 내에서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