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수법이 당국의 집중 단속 대상이 되자 세금 납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세금깡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등록세 등을 현금으로 챙기고 이를 신용카드 결제가 연체된 사람들 카드로 결제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무등록 대부업자와 법무사가 '검은 손'을 맞잡았다. 무등록 대부업자들은 신용카드 연체자들을 모집해 현금을 빌려줘 연체 금액을 결제하게 해준다.
연체 금액 결제에 필요한 현금은 법무사들에게서 나온다. 부동산 구매자들이 취득세, 등록세 납부를 대행해달라며 법무사에게 맡긴 돈이다.
법무사들은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지 않고, 연체가 해결된 신용카드를 대부업자에게 받아 카드로 세금을 결제한다.
신용카드 세금 결제 금액은 카드 소유자에게 연체 해결을 위해 지급된 현금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그 차액을 무등록 대부업자와 법무사 등이 나눠 가진다.
이런 세금깡이 가능한 까닭은 지방세 납부 과정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본인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특정인에게 부과된 세금만 정해진 액수대로 들어오기만 하면 그 세금을 누가 냈는지, 한 명이 냈는지 여러 명이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관공서 세금 납부 시스템을 악용해 고리의 무등록 대부업을 운영한 조직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수원시 장안구 A(42) 씨 등 대부업자 3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대부업자들과 법무사와 전화 대출 상담원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세금깡 조직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200억 원 상당의 지방세를 연체자 신용카드로 대납해 7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연체자들은 세금깡 조직에서 현금을 융통하면서 융통한 돈에 30~40%를 더한 금액을 세금 대납에 결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신용카드 결제 금액과 연체자에게 지급한 돈의 차액은 대부업자 20%, 법무사 5%, 중간 브로커 5% 등의 비율로 배분됐다.
경찰은 "세금깡 수법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방세 납부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만큼 각 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 수사 중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에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서울시가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한 이후 다른 지역에서 세금깡이 고개를 들고 있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신용카드사와 협조해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