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가 관객들에게 던진 여러 질문 가운데 하나다.
그 질문의 무게감은 고용의 형태가 '용역직'이든 '연봉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별 차이가 없다.
대한민국의 대표 마트 '더 마트'에서 5년간 벌점없이 일한 선희(염정아)는 소장으로부터 공개 칭찬을 받으며 '곧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선희는 고교생 아들 태영(도경수)에게 "폴더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하며 속으로 흐뭇해한다.
하지만 어느날 '더 마트'의 계산대와 청소를 맡은 직원들은 문자메시지로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용역직으로의 전환을 강요받는다.
정규직인 인사팀 대리 동준(김강우)은 마음은 아팠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직접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가 정규직들도 연봉계약직으로 전환시키고 '더 마트'를 매각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그의 자리 역시 더이상 '무풍지대'는 아니다.
이렇듯 회사가 더 마트의 정규직은 계약직으로, 또 계약직은 용역직으로의 직종 전환작업을 밀어부치면서 현장 최고책임자인 소장의 불안한 지위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조를 만들고 파업에 나선 아줌마들을 서둘러 무마하라'는 본사의 압력에 소장은 전전긍긍하며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지방으로 좌천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이렇듯 영화 '카트'는 우리시대 소비공간의 상징인 대형마트가 고용불안의 어두운 그림자들로 가득차 있음을 잔잔하지만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영화 '카트'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따뜻한 눈길로 보듬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정규직인 동준이 선희와 싱글맘 혜미(문정희), 맏언니 청소원 순례(김영애)를 찾아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단일화를 제안하는 장면은 그래서 인상깊다.
또 한겨울 물대포를 맞으며 카트를 밀고 마트로 돌진하는 선희와 혜미의 연대가 아름다운 화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도 감동적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정리해고의 요건은 힘없는 노동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다.
대법원은 최근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정리해고의 조항을 확대 해석해 '앞으로 대량해고의 둑을 터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화 '카트'가 묻는다. '당신은 직장 안에서 안녕하냐'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말이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많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