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판정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더라. 점수차 벌어지기 시작하니까 너무 심하게 노골적으로…"
"총재님 좋아하시는 100점 짜리 경기가 88점 짜리 경기가 되버렸네요? 심판들 어떻게 좀 하죠?"
13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끝난 2014-2015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를 지켜본 농구 팬들이 주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경기 상보에 남긴 '베스트 댓글'(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뜻)이다.
#1 모비스가 23점 차(71-48)로 앞선 3쿼터 종료 3분2초 전, 김시래가 돌파 후 슛을 시도할 때 옆에 있던 아이라 클라크의 반칙이 선언됐다. 클라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TV 리플레이를 봤더니 클라크는 신체 접촉없이 김시래 옆을 지나가기만 했다.
#2 모비스가 20점 차(73-53)으로 앞선 3쿼터 종료 1분24초 전, 김시래가 슛을 시도할 때 뒤에서 따라가던 전준범이 반칙을 했다. 공은 백보드를 맞고 전준범을 향해 떨어졌고 전준범은 갑자기 자기에게 떨어진 공을 잡아 바닥에 튕기며 멍한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그 순간 심판은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전준범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입을 다물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3 모비스가 13점 차(79-66)으로 앞선 4쿼터 종료 7분48초 전, 문태영이 골밑에서 슛을 성공시킨 뒤 마치 자신의 입에 지퍼를 채우는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수비 코트로 뛰어갔다.
#4 모비스가 15점 차(81-66)으로 앞선 4쿼터 종료 7분18초 전, 속공에 나서는 LG의 김시래가 공을 잡고 몸을 띄웠다가 드리블을 했다. 그 과정에서 뒤로 물러나는 양동근과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다. 심판은 양동근에게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1을 선언했다. 양동근은 두 팔을 감아돌리며 트래블링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모비스 벤치도 화를 참지 못했다.
모비스가 한때 31점 차로 앞섰던 경기가 88-76, 모비스의 12점 차 승리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농구 팬들은 KBL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주요 농구 커뮤니티에 위 장면들을 언급하며 심판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일부 팬들은 심판들이 크게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기 위해 LG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휘슬을 잡은 심판진은 황현우, 봉하민 그리고 이상준 심판이다.
◆달라진 판정 기준
심판 판정은 2014-2015시즌이 개막한 순간부터 현장의 화두였다.
프로농구 1라운드의 화두는 몸싸움이었다. 심판은 웬만한 몸싸움에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몸싸움을 관대하게 허용하는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정을 따르겠다는 KBL의 방침이었다.
불만도 있었다. "슛 동작 반칙도 몸싸움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선수들이 슛을 시도한 뒤 심판을 바라보며 불만을 제기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슛 동작에서 이뤄진 신체 접촉마저 관대하게 다룬다면 정상적인 농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2라운드 들어 판정의 기준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휘슬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KBL 총재가 평균 득점을 만족도라고 생각하고 있는만큼 KBL이 점수를 늘리기 위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이 정확히 보여준다.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자유투 시도는 28.8개, 평균 반칙 수는 34.0개, 슛 동작 반칙 혹은 자유투가 주어지는 팀 파울 적용 이후의 평균 반칙 수는 16.4개였다.
2라운드 들어 평균 자유투 시도는 1라운드에 비해 4.8개, 평균 반칙 수는 4.2개, 자유투가 주어지는 평균 반칙 수는 2.4개가 늘었다.
◆심판 권위는 하늘 높이
KBL은 올 시즌부터 감독이 직접 심판 판정에 항의할 수 없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경기가 중단됐을 때 주장이 심판을 찾아 질의하는 방식으로만 항의가 가능하다.
벤치에서 불만이 있어도 즉각 확인이 어렵다. 경기가 중단되지 않으면 작전타임을 부를 수 없고 항의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의문만 남긴 채 코트를 바라보기만 할 때가 많다.
'피드백(feedback)'도 원활하지 않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주장이 가서 판정에 대해 질문을 하면 열심히 보고 있다 혹은 앞으로 더 잘 보겠다는 말만 할뿐 구체적인 답변없이 주장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주장이 판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벤치에 와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심판이 빠르게 경기를 속개해 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심판의 권위는 높아졌다. 항의의 대가, 테크니컬 파울 수가 크게 늘었다. 프로농구는 13일 경기까지 총 67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에 총 38개의 테크니컬 파울이 나왔다. 지난 시즌 첫 67경기에서 나온 테크니컬 파울 수는 20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룰이 개정됐지만 판정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는 감독이나 코치, 선수의 표정이 코트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이 직접 항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코트에서 별다른 판정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FIBA 룰을 앞세워 치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장의 불만은 쌓일만큼 쌓여있다. 오심은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심판진이 귀를 닫고있을 뿐이다. 만약 KBL이 휘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하는 감독이나 선수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없애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