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의 보수편향이 우려되는 이유

대법원이 13일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쌍용자동차 노조원이 김득중 지부장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13일 대법원이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쌍용차의 2009년 대량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가 “쌍용차가 해고회피를 위해 노력한 사실이 있지만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한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국제금융위기 상황에서 신차 개발 소홀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판매량 감소 등으로 인한 계속적 구조적 위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정적 규모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만큼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쌍용차는 지난 2008년 12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시작해 2009년 158명을 최종적으로 정리해고하면서 5년 넘게 노사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2000일 이상 장기화된 정리해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와 가족들 가운데 13명이 자살하는 등 모두 25명이 숨지면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파기환송심이 남아있긴 하지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구제를 받을 길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쌍용차는 대법원의 정리해고 적법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2심 판결 이후 복직의 희망에 부풀어있던 해고노동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회사측의 노력이 중요하다.

법원 판결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일했던 노동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나간다면 노사 갈등을 화합으로 승화시켜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고 새로운 발전의 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의 오늘 판결을 보면서 우려되는 점은 법원의 보수화 경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은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유죄 판결에 이어, 강정마을 판결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지난해에는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에서 시효를 축소해서 인정하는가하면,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등 사회적 영향이 큰 각종 사건에서 정부와 사용자 편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내용도 개인의 권리 구제보다 국가의 권한 확대, 노동자의 권익보다 경영자의 판단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대법원장에 취임하면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또 하나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의 판결이 획일적 보수적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대법원이 법의 안정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정부와 기업 편을 들어주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대법원의 보수일색 판결은 하급법원에까지 영향을 미쳐 법원이 전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보다는 정부와 기업 등 힘있는 자의 편에 서게 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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