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일에 보여준 대입거부 선언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경쟁과 학벌사회,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 현실에 대해 비판하며 대학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1,20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64만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경찰이 총출동하고, 시험장 교문 앞에는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마음 졸이며 자식이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원하는 학부모의 모습도 여전했다.

수능 시험 성적이 대학을 결정하고, 나아가 앞으로의 인생과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토대가 되는 만큼 수험생과 그 가족이 아니더라도 온 나라의 관심이 수능시험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능 시험 당일인 오늘(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런 분위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고3 학생을 포함한 청소년 3명의 작은 외침이 있었다.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함모 군은 왜 대학은 성적순인지, 원하는 걸 배우려고 내가 왜 경쟁을 해야 하는 지 고민이 많았다며 자신은 이런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황모 양은 어릴 때부터 경쟁에서 생겨난 서열이 곧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며 과열된 입시 경쟁 속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정상적인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학생들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교육과 입시 제도에 반기를 든 대입 거부 선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만들어져 3년째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입시와 학벌주의에 담긴 우리 사회의 차별과 경쟁의 논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라고 한다. 대학에 가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것이 대입 거부 선언을 한 청소년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이들의 주장과 생각이 꼭 옳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모든 청소년들이 당연하게 따르는 과정을 외면하고 다른 길을 찾겠다는 것에 대해 별종으로 보거나 치기어린 선택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선언은 우리 교육에 또다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오로지 입시와 대학에만 매달리는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인교육이라는 말조차 희미해지고,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어느 것부터 손을 댈지 모를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극심한 경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수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경쟁에서 낙오되는 학생들은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줄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학교도 사회도 서열화를 이루고, 성적순 줄 세우기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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