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 '비수급 빈곤층'…병원진료, 난방도 '사치'

인권위 실태조사, 기초수급자보다 더 열악…5명 중 1명 "목숨 끊을까 고민"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소득수준은 최저생계비보다 낮은데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인권 상황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더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 상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20 이하이면서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차상위계층'으로 분류한다.

'비수급 빈곤층'은 차상위계층 중에서도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사이인 '잠재 빈곤층'을 제외하고 최저생계비의 100% 이하이면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말한다.

조사 결과 비수급 빈곤층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약 51만 9,000원으로 2014년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60만 3,000원은 물론 수급 빈곤층(약 54만 7,000원)보다도 오히려 2만 8,000원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수급 빈곤층은 현금급여 외에도 각종 현물지원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급 빈곤층의 생활 수준은 수급 빈곤층에 비해 크게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턱없이 낮은 소득 탓에 비수급 빈곤층의 생활 수준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응답자 중 36.8%는 본인이나 가족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조차 비수급 빈곤층에게는 사치에 가까웠다.

지난 한 해 돈이 없어서 추운 겨울에도 난방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가구는 36.8%, 아예 가스나 기름, 중앙난방이 되지 않는 주택에 사는 이들도 13.6%나 됐다.

특히 비수급 빈곤층 중 62.9%의 가구가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거 취약성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가난은 배불리 먹는 즐거움도 빼앗았다. 1주일에 한 번조차도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한다고 답한 경우는 73.8%나 됐고, 과일을 먹지 못한다는 답변은 67.2%, 과자나 커피 등을 먹지 못한다는 답변은 58%였다.

"추운 날 입을 수 있는 외투를 두 벌 이상 가졌느냐"는 질문에는 35.1%가, "예식장 등에 갈 때 입을 수 있는 정장을 한 벌 이상 가졌느냐"는 질문에는 56.6%가 "없다"고 응답했다.

가난은 비수급 빈곤층에게서 '미래'까지 앗아갔다. 돈이 없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었다고 답한 경우가 42.4%나 됐고,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시키지 못한 경우가 78.8%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 중 42.4%는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양육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저축을 못 한다는 이들이 94.7%에 달해서 당장 단돈 50만 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응답도 86.4%였다.

심지어 비수급 빈곤층 중 5명 중 1명 꼴(20.2%)로 지난 1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 의뢰로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책임 연구원 문진영 교수)이 전국 비수급 빈곤층 300가구와 수급 빈곤층 1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방안을 수렴해 정책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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