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은 법령상 명시된 개념은 아니고 헌법과 예산회계법의 운영과정에서 생긴 개념으로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해 예산안과 같이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안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종전에는 이 예산부수법안은 주로 세법 개정안으로 이해됐고 관행적으로 국세는 모두 예산부수법안으로 인정돼 왔다.
그러나 지방세의 경우는 국가재정에 충당하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부수법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세출법안들도 일부 포함되기도 하지만 역시 그 범위가 애매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것, 특히 세입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국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일부 지방세 항목들은 예산부수법안으로 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런 예산부수법안을 최근 32개 안팎으로 정했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소위 국회선진화법 조항으로 올해 12월 2일 예산부수법안들이 예산과 같이 부의되도록 돼 있다"면서 "현재까지 챙겨본 부수법안은 세입부수법안 25개와 세출 7개 등 모두 32개이고 훨씬 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 의장은 이어 "정책위에서 더 찾고 있으니까 소속의원들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부수 법안이 빠지지 않도록 해달라"면서 "부수법안이 빠지면 어려움이 있다. 세출 부수법안이 예산 부수법안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예산정책처와 상의해 처리할테니 빠짐없이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예산부수법안들도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쳐 반드시 12월 2일 예산안과 함께 통과되도록 하겠다"면서 "상임위에서 반드시 기한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주호영 의장의 말처럼 예산부수법안인지 여부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국회의장이 최종 지정하도록 돼 있다.
또 이렇게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내달 1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도록 돼 있다.
국회 의장실 관계자는 "예산부수법안인지 여부는 물론 의장이 최종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그 전에 여야가 상임위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합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법안 등을 제출할때 '예산부수법안'이라는 딱지를 붙여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부수법안으로 지정돼 12월 1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되면 법제정이나 개정을 둘러싸고 야당과 줄다리기를 하지 않고도 일종의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당은 부수법안의 범위를 넓게 잡으려는 의도를 갖게 된다.
반면 야당은 이런 여당의 내심의 의도와는 반대로 자칫하면 정기국회의 꽃 가운데 하나인 예산심의의 칼날을 대기 힘든 예산부수법안의 범위를 적게 보려고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예산부수법안의 범위와 관련해) 아직 최종확인은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주 초에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지난주 32개 안팎으로 예산부수법안의 범위를 정한것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주 검토를 통해 이보다 범위를 좁게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민증세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대하고 있는 담뱃값 인상에 결부된 개별소비세법 등은 브레이크가 걸릴 공산이 크다.
국회는 9일부터 이틀간 경제부처 예산을 심의하고 12일과 13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을 심의하게 된다.
그런데 예산부수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이와같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여야간에 예산부수법안의 범위를 둘러싸고 합의가 쉽게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월호법 상정' 파동때와 마찬가지로 여야와 정의화 국회의장 사이에 줄다리기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