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얼어붙은 소비심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국의 소비심리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조사결과는 국내 경기가 여전히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닐슨의 올해 3분기 세계 소비자 신뢰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57위로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이렇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사회 전반에 지갑을 닫은 채 덜 먹고 덜 쓰는 일이 일상화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1년간 일자리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사람이 87%에 달했고, 한국 경제가 불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87%나 됐다.

이런 분위기는 소비자 물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로 24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2년 연속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저물가와 저성장의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정부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지난 4개월 동안 재정확대와 양적완화, 금리인하 등 온갖 정책을 다 동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값은 반짝 올랐다 수그러들고, 전세 값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고 일본은 추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방치할 경우 저물가, 저성장, 저고용의 악순환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주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내수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게 가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장 천정부지의 전세 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가계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도 나와야 한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10대 재벌기업의 현금보유액은 125조 4,00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5%나 증가했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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