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일했는데 퇴직금은 고작 300만원… 눈 앞이 '캄캄'

[화제의 공익법 판결] 최저임금법 무시한 퇴직금은 이제 그만!

택시승강장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중인 택시들(자료사진/노컷뉴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평택의 한 회사에서 택시운전을 해오다 건강상의 문제로 퇴직을 결심한 A씨는 퇴직금을 정산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요금인상이다,

사납금인상이다 하면서 손님이 끊겨도 하루 12시간 월 30일을 쉬지 않고 일해 왔건만 통장에 찍힌 금액은 3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A씨의 회사는 월급제가 아닌 도급제(사납금제) 방식이었고, 고정급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1년 일한 아들놈도 이 정도는 받겠구나 싶고, 치킨가게 개업할 종자돈도 안 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여기 A씨와 사정은 비슷하지만 판결을 통해 1차로 받은 금액의 6배가 넘는 퇴직금을 받게 된 B씨도 있다. 2010년 B씨가 경북 구미의 한 택시회사에서 12년간 일하다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은 223만원 남짓. 그런 B씨가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적용한 퇴직금 1494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

◈택시운전자들 울리는 ‘사납금제’


현재까지도 택시운전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임금체계는 ‘사납금제’이다. 일정금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면 근무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게 택시를 운행하고, 초과수입은 본인이 갖는 방식이다.

이러한 임금체계에서는 운송수입이 많을수록 운전자들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지만 고정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송수입이 적은 때에는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급기야 택시운전자들의 난폭운전이나 승차거부 등의 무리한 운행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이에 2007년 개정 최저임금법에서는 택시운전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로 하였다. 즉,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아 고무줄급여였던 택시운전자들의 고정급이 이제는 초과수입을 제외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바뀐 것이다.

법이 개정되자 당시 몇몇 택시회사들이 계약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도 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제도와 퇴직금제도는 강행규정이다"

최저임금제도란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며, 퇴직금제도란 ‘사용자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 최저임금제도와 퇴직금제도는 강행규정이다.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임의규정에 비해 강행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어길 시에는 처벌이 가해진다. 형법을 생각하면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많은 택시회사들이 법 개정 이후 퇴직한 운전자들에 대해 이 강행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A씨와 같은 다수의 사례가 계속 소송중이고 심지어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법적 혼란을 불식시키고 법령해석에 통일을 기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나서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운전자 “퇴직금을 깎는 것은 위법” vs 택시회사 “65%25보다 더 깎아야” 상고

사실 2심은, ‘택시회사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동료들 간의 형평성, 사납금 임금의 지급관행, 노사 간의 신의칙 등’을 고려해 전체의 65%(약 971만원)만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운전자와 택시회사는 서로 “65%로 깎는 것은 위법하다”, “65%보다 더 깎아야 한다”고 각각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이에 대법원은 단호하게 ‘택시회사는 택시운전자에게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다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감액할 수는 없다’며 강행규정을 재확인해 주었다.

이에 따라 B씨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산정한 퇴직금 100%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 A씨도 조금은 시름에서 벗어날 희망이 생긴 것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문의 164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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