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반 총장의 측근들이 야권 대선후보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 본인의 언급이나 반 총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 관계자들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실제로 반 총장이 대선에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달 2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반 총장이 "정치에 몸 담은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미주반이 반 총장을 만나 대선에 대해 물었더니 "정치에 몸을 담은 사람도 아닌데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반 총장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된 뒤 반 총장을 접촉한 적이 있는 외교부 관계자들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하며 출마설에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반 총장이 직업외교관으로서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 올라 후진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진흙탕과 같은 국내 정치에 뛰어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을 지낸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 전 총장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다.
발트하임 전 총장은 1972년부터 1981년까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뒤 198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후보 시절인 198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장교로 근무한 전력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대통령에는 당선됐으나 재임 중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오스트리아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한다는 재선에 도전조차 하지 못한 채 미국 정부의 입국 금지자 명단에 오르는 등 수모만 당하고 정치생명을 마감했다.
출마의사를 타진했다는 반 총장의 측근들에게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일부 측근들이 반 총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른바 '자가발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바닥의 지지율을 헤매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반 총장의 지명도를 활용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후보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거물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멀어져가는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려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