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헌재나 대법원에서 협조하지 않는 한 증빙서류 등 내역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실무자를 불러 구두로 설명을 들었으며 향후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헌재나 대법원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어 실효성있는 조사는 어렵게 됐다.
이들 기관이 내세우는 근거는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조항이다.
기재부도 역시 강제로 조사를 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이상 딱히 건건이 조사할 수 없다"며 "정부 조사는 제도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조사에 나서야 하고, 정부 지침을 어겼다면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
이동흡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의혹에 대해 '관행'이라고 답변하면서 정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이 후보자가 말한 관행의 실체에 대해선 속 시원히 밝혀지기 어려워졌다.
올해 헌재는 11억원, 대법원은 182억원의 특정업무경비가 예산으로 책정됐다.
일선 경찰, 국세청 조사요원, 각 부처 감사관실 등에 증빙이 필요없는 30만원 이하로 지급되는 경우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에 일정액 이상의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높일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법학) 교수는 "특정업무경비나 특수활동비 등이 비리의 안전지대로 악용된 경향이 있었다"며 "시대가 변한만큼 최대한 공개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삼권분립에 기초한 법원의 독립은 정부와 국회 등 다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지, 국민이 낸 세금으로부터 독립하라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특정업무경비=경찰, 대법원, 행정부처 등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드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예산이다. 개인에게 30만원 이하로 지급되면 증빙할 필요가 없고 그 이상이 지급되면 증빙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