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20일 "검찰 내부망 익명게시판에 오늘도 2건의 관련 글이 올라왔고, 김 검사가 구속된 어제는 수위가 상당히 높은 글도 게시됐다"면서 "전반적인 논지는 경찰과 정치권의 압박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일 검찰 개혁안에 대한 내부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로 내부통신망에 익명게시판을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김 검사의 구속을 전후해 관련 글이 여러 개 등장했다. 이 가운데 '최고 수위'의 글은 김 검사의 구속 당일 오후 "부장검사 이상의 모든 간부를 포함한 지휘부의 사의표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평검사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이 글에서 "겸허하게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판사에 굽히지 않고 경찰에 허세를 부리면서 겸손하지 못했던 탓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법원도 경찰도 미워하기만 할 뿐 우리를 편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십개의 댓글 가운데는 "부장검사 이상인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거나 "우리가 없어도 검찰이 망하진 않을 것이다. 후배를 믿고 용퇴하자"는 등의 호응이 상당수였다.
"김 검사가 선배라는 게 미치도록 부끄럽다"는 댓글도 있었다. 다만 "감상에 젖은 글"이라거나 "전원 사퇴는 '쇼'로 여겨져 부메랑이 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았다.
이밖에 "정치권보다 한발 앞서 대검 중수부 폐지 및 공수처 신설 관련 논의를 수용하겠다는 공개선언을 하자", "검사장급 간부들이 1주일만이라도 형사부 등 현장에서 근무하며 검찰의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등의 논의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 사태'라는 악재를 맞아 한상대 검찰총장은 일단 오는 22일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과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방안과 정치권의 검찰개혁 요구에 대한 대처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한 총장이 정말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마땅하며, 검찰 지휘부 전체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