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치개혁 방안을 놓고서다. 양측 모두 정치개혁을 단일화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판으로 인식하는 만큼 상대 진영에 대한 혹평도 서슴지 않고 있다.
★ 文 "300석 유지하면서 비례 늘려야" vs 安 "전체 200석으로 줄여야"
정치개혁에 관한 두 후보의 구상이 정면 충돌하는 부분은 국회의원 의석수다.
문 후보는 현행 300석을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는 200석으로 대폭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또 문 후보는 현재 246석인 지역구를 200석으로, 안 후보는 100석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행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으로 늘리겠다는 점에서는 두 후보의 견해가 일치한다.
각론에서도 두 후보 간 접점을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정당에 대한 국가보조금을 축소하고 중앙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당 후보인 문 후보측은 이에 반대한다.
그나마 양측이 한목소리를 내는 지점은 정당공천과 관련해서다. 안 후보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며 약속한 정당공천 폐지는 이미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과제다.
★ 文측 "무지의 소치" vs 安측 "치열성 부족"
두 후보가 지난 22~23일 하루 터울로 정치개혁 방안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도 난무하고 있다. 단일화를 앞둔 공세의 성격이 짙다.
안 후보측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의 정치혁신안은 동서구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치열성이 부족한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 정도의 쇄신안으로는 "지역적으로 얽혀 있는 동서분열의 정치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후보측도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에 대해 "무지의 소치",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 캠프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 조정 문제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루니까 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 후보가 제3의 기구에서 선거구 획정을 다루자고 한 것 아니냐"며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말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안 후보가 무소속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중앙당을 폐지하고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안 후보의 방안을 보면 정당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정치개혁은 정당정치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수도권외 다른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게 되면 인구비례 원칙에 따라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줄고 수도권 의원들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고보조금을 축소하면 불법 정치자금이 더 판치게 된다"며 "지난 2004년 정치자금 모금을 보다 엄격히 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치혁신을 단일화 지렛대로 삼은 양측이 앞으로 이견을 어떻게 조율해나갈 것인가에 있다.
특히 안 후보측에 조국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던 문 후보로서는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쌓여 있는 셈이다.
문 후보측 박광온 대변인이 "안 후보가 제시한 방향과 내용에 대해 책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안 후보측과 토론의 장을 만들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상대방의 선의는 선의대로 해석해주고 함께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라며 "안 후보에 대한 평가와 관계 없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혁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