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발랄 일상 속 철학 엿보기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 등 101가지 행위 소개… 생활속 철학 체험 강조

'과식으로 정체성 탐험하기', '차 안에서 사람들 바라보기',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 '기어가는 개미 따라가기'…. 얼핏 들으면 '이건 뭐야?'라고 흠칫할 만한 이 행위들은 새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가 제안하는 101가지 철학 체험의 일부다.

오줌 누면서 물 마시는 행위가 철학적인 이유를 들어보자. '좀 웃기지만, 커다란 컵에 물을 준비하고서 변기 위에 앉아라. 오줌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 물을 마시기 시작하라. (중략) 당신은 식도와 요도가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위장과 방광 역시 곧장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안 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생리학을 단 몇 초 만에 고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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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철학하기/로제 폴 드르와/시공사

철학은 철학자들의 전유물일까? 이 책은 "세상 모든 사람이 철학자"라고 말한다. 세상을 낯설게 보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라는 의미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들의 이름은 이 책에서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체험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사상이 우리의 생각과 몸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없는 시간을 쪼개 진지하게 체험에 임할 필요도 없다. 심심할 때 가볍게 뒤적여보면 그만이다. 철학의 핵심을 지적하는 방식이 부담 없고 편안한 덕이다.


사소한 것이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 주기도 하고, 하찮은 것이 진지함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때로는 심오한 것이 피상적인 것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 책은 위대한 사상을 익히거나 철학자들이 지나온 생각의 틀을 답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로부터 철학을 탄생시키라고 외친다.

지은이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물론 이런 체험들은 몇 가지 전제와 확신에 근거한다. 특히 나는 언제든지 다른 누구일 수 있고, 이 세계는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은 신기루일 수 있고, 언어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가까스로 덮고 있는 껍데기일 수 있고, 깍듯한 예절은 냉혹한 이빨을 잠시 감추고 있는 것일 수 있고, 쾌락은 하나의 윤리일 수 있고, 애정은 유일한 미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엉뚱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 체험들은 우리의 갇힌 생각을 해방시키고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된다. 철학의 목적인 '낯설게 하기'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도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철학자다. 어렵고 따분한 철학 이론 없이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철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 주는 책 속 체험 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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