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은 19일 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서문에서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적었다.
안 원장이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띤 책은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과 고민을 담았다.
안 원장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긴 기간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주거, 보육, 교육, 일자리, 노후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정한 복지국가' 건설로 시장 경쟁 시 공정한 기회와 규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하다"며 "결국 복지, 정의, 평화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경제 민주화를 위한 해법으로는 재벌개혁을 꼽았다. 안 원장은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재벌개혁이 잘돼도 외국자본이 다 집어삼킬 가능성이 있으니 투기자본으로부터의 방화벽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900조 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일자리 사정과 높은 주거비용, 사교육비 부담, 낮은 복지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안 원장의 생각이다. 중소기업·자영업 활성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최저임금 현실화, 기초 복지제도 확충 등을 통해서다.
안 원장은 현 정부의 소통 부재와 개발만능주의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마찰과 용산 참사 등의 참극을 빚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고 해서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의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 공개입찰 내용과 반대급부 등을 소상히 공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