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지금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이 한창 치러지고 있는데요. 여러분, 지난주에 카타르전 보셨습니까? 아마 대부분 못 보셨을 거예요. 공중파 3사에서 중계를 안 했기 때문이죠. 오늘 있을 예선 2차전 레바논전도 마찬가지로 보실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온 국민의 관심사인 이 월드컵 경기를 왜 공중파에서 안 해 주는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게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고 그럽니다. 바로 '중계권료', 돈 문제였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 한번 짚어보죠.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부의 정희준 교수 연결되어 있네요.
◆ 정희준> 네. 이게 계속해서 한 15년 동안 반복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이게 '월드컵 경기다' 이러면 아무나 가서 방송하고 이런 게 아니죠. 어떤 시스템인가요?
◆ 정희준> 각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사는 다시 대회 주최 측이랑 협상을 벌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경우에는 ‘코리아풀’이라고 그래서 지상파 3사 KBS, MBC, SBS가 공동으로 중계권 협상을 해 왔고요. 또 최근 추세 중의 하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대한 조직들이, FIFA나 IOC가 과거에는 중계 방송사랑 직접 협상을 했는데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마케팅권이나 스포츠 중계권료 협상을 마케팅사한테 넘겨버립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중간 판매상이 하나 더 생긴 거네요?
◆ 정희준> 그렇죠. 그래서 더 많은 이윤을 만들 수 있고, 전문가들이니까요. 자기들은 또 이제 일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맡겨버리는데요. 이렇게 협상하면서 잘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 문제가 좀 생길 수도 있죠. 이렇게 되면서 중계권료가 계속 치솟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겠습니다.
◇ 김현정>이번에는 도대체 얼마를 요구했기에 협상이 결렬된 겁니까?
◆ 정희준>월드스포츠그룹이라는 마케팅 회사인데요. 이쪽에서 경기당 한 30억 원쯤 되나요? 몽땅 다해서 한 610억 원을 요구 했고요. 한국의 방송 3사는 170억을 처음에 제시했다가 이게 불발이 돼서 그 다음에는 월드스포츠그룹이 DMB나 IPTV 같은 뉴미디어 매체들, 이런 것들을 빼고 540억으로 좀 낮췄어요. 그런데 한국 방송사들도 협상을 하기 위해서 조금 올리기는 했지만 205억이거든요. 그러니까 500억 이상과 그 다음 200억 정도가 지금 계속 대치중에 있는 거죠.
◇ 김현정>차이가 크네요. 그럼 다른 나라도 다 이렇게 많이 지불하고 삽니까?
◆ 정희준> 그렇지는 않죠. 사실 우리 나라가 오랫동안 보면 국제스포츠 이벤트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는 바람에, 뭐랄까요?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는 봉이라는 얘기가 들리거든요.
◇ 김현정>한국이 봉이다. 저기는 내라고 하는 대로 다 낸다는 말씀?
◆ 정희준>전세계에서 스포츠 중계권료를 제일 비싸게 내는 나라입니다. 일본도 한 경기당 50억 정도인데, 일본의 인구는 1억이 넘지 않습니까? 제가 사례를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메이저리그 야구를 97년도에 우리가 1년에 30만 달러를 주고 봤습니다. 공동 중계를 해 왔는데, 2001년에 박찬호 효과 때문에, 박찬호 선수가 너무 잘하니까 MBC가 몰래 도둑계약을 맺은 거예요.
◇ 김현정> 자기들만 단독으로 하겠다고?
◆ 정희준>그렇죠. 돈 될 것 같으니까. 그래서 97년도에 30만 달러를 내던 중계권료가 2001년도에 800만 달러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이종격투기 경우는 2003년도에 1억 원 내고 봤거든요. 이종격투기 중에 K-1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인기가 좀 있었는데, 2003년도에는 이걸 1억 원을 내고 봤다가 이게 인기가 올라가니까 2007년도에는 103억, 100배 이상이 뛴 거죠.
◇ 김현정>결국은 방송사들끼리 경쟁하다가 이렇게 된 거군요?
◆ 정희준> 그렇죠. LPGA의 예를 하나 더 들면, 지금 LPGA 골프 중계를 많은 나라들이 하죠. 그런데 사실 이건 미국대회거든요. 그런데 미국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중계권료를 내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그래서 2011년인가요? 작년에 SBS골프에서 J골프로 바뀌었는데요. 이때 J골프 측에서는 700만 달러를 제시해서 LPGA 홈페이지에 뭐라고 썼냐 하면,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다" 하면서 자랑을 했죠.
◇ 김현정>그렇게 해서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우리 이렇게 단독으로 사지 말고 공동으로 사자' 해서 방송사들이 풀을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협상이 안 되고 있는 건가요?
◆ 정희준>90년대 중반 이후부터 3사가 공동 중계를 해 오면서 서로 이렇게 반칙을 좀 했거든요. 서로 배신하고 그랬다가 이번에는 같이 하자고, 이제 나서기는 나선 겁니다. 그런데 월드스포츠그룹이 부르는 액수가 너무 큰 데다가 우리 쪽에서는 이제 더 이상 딸려가서 이런 식으로 밀리면 안 되겠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 방송 3사들이 국제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봉인 게 맞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좀 마음을 바꿔서 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계속 이제 자기의 값을 고수하고 있고, 우리와의 계약이 불발되니까 이제 JTBC쪽과 협상을 해서 그쪽에 넘긴 거죠.
◇ 김현정>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종편인 중앙방송 JTBC에서는 이번에 중계권을 샀더라고요?
◆ 정희준>네.
◇ 김현정>거기도 그렇게 많이 주고 산 건가요?
◆ 정희준> 그렇게 많이 줄 수는 없죠. 매체가 좀 작고요. 그 다음에 시청 가구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지상파 3사와 협상할 때처럼 부를 수는 없지만 공개는 안 하고 있습니다. 20 몇 억이라는 얘기도 있고, 그것보다 더 적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어쨌든 거금인 거는 맞죠.
◇ 김현정>이게 사실은 방송의 보편적 접근권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케이블에서 하는 거 말고 공중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텐데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요? 국민들이 좀 힘들어도 참아야 됩니까?
◆ 정희준>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 같은 것은 일종의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 되어야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원죄는 지상파 3사가 안고 있습니다. 중계권료를 뛰어오르게 한 폭등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에요. 그렇지만 과거의 얘기를 지금 굳이 할 건 없는 것 같고요.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그 문제가 중요한 건데요. 일단은 지상파 3사에서 결국 협상을 타결시키기는 해야겠죠. 그렇지만 더 이상 중계권료를 과다하게 지불할 필요는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이것은 어떤 공동중계에 있어서의 어떤 아이디어를 내서 한 매체가 돌아가며 순차방송을 한다든지 해서 협상력을 좀 높이고요. 그래서 중계권료를 좀 낮춰서 계약을 타결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그러면 2차전까지는 지금 케이블 JTBC가 사갔고요. 그래서 공중파에서 못 보는 게 확정이고, 3차전도 이대로는 좀 어려울 수 있겠네요?
◆ 정희준>그런데 지금 지역예선이고요. 최종예선도 남아 있고 또 이제 월드컵 2014년 본 대회도 있지 않습니까? 이건 좀 긴 안목으로 봐야 되죠. 지금 한 게임, 두 게임 때문에 덜컥 중계권 협상을 하면 버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한 두 게임을 우리가 중계 못하더라도 조금 더 협상을 길게 가져가야 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속사정이 뭔지 오늘 시원하게 알았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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