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날 사라졌다.
이유를 알아보니 건물주가 기존 보증금 1억 원에 월 500만 원하던 임대료를 재계약 시기가 되자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보증금 20억원에 월 3800만원을 제시했고, 1주일 안에 결정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터무니없는 재계약 조건에 가맹점주는 폐점을 선택했다.
그곳엔 블랙스미스가 들어선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에 한번씩 갱신되는 매장 임대료는 최근 정부의 물가잡기 방침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에겐 큰 고민거리다.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가맹점포 확대를 통한 이익 증대도 노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면초가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전국 가맹점 월세는 2010년 238만 원에서 2011년 268만 원으로 13%가 상승했다.
특히 주요 핵심상권인 명동과 강남역, 홍대 등지에서는 재계약 갱신때마다 보증금과 월세가 2~3배씩 올라 '쩐의 전쟁'을 방불케한다.
가맹사업자들이 안테나숍(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본사가 적극 투자에 나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숍)을 대거 열고 있는 명동의 경우 가맹사업자들끼리 노른자위를 놓고 뺏고 뺏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
과열경쟁은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가격 인상 요인으로 반영되며, 결국 건물주만 배불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로 론칭하는 가맹사업자는 핵심 상권에 매장을 열기 위해 기존 가맹점주를 회유하거나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건물주에게 웃돈을 주면서 기존 가맹점주를 내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SPC '자구책' vs 스타벅스 '가격 인상'
가파른 임대료 상승 여파 속에서 상반된 경영을 보이고 있는 두 기업이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거대공룡'으로 불리는 SPC그룹과 커피전문점 업계의 리더격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스타벅스)다.
SPC그룹은 임대료 절감 등의 자구책을 통해 현상황을 극복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가격 인상을 통해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등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법한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SPC그룹은 올해 가을쯤 양재동 빌딩으로 자사의 계열사를 집결시킬 예정이다.
서울의 핵심상권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던 계열사들을 비교적 임대료가 싼 양재동으로 이전해 영업이익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SPC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양재동 이전으로 임대료만 기존 대비 10%가량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임대료 상승 등을 판매가에 반영시켰다.
파리크라상의 4배가량인 두자릿수 영업이익률(로열티 포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합리적인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기 보단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떠넘기기'를 택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매장엔 그린티크림(6600원), 두유그린티라떼(6400원) 등 6000원이 넘는 커피가 8종이고 대부분 커피가격이 5000원을 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직성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은 자사의 영업이익을 지키기 위해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