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인 우리은행 측 이팔성 회장이 당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수사 청탁을 했고, 권 전 수석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수사를 지시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께서 권재진 (당시 민정) 수석한테 수사의뢰를 해서 수사가 시작됐다”며 “이건 팩트(fact 사실)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모 기관에서 나에게 (이 내용을) 알려줬다”며 “왜 이 수사가 시작됐나 확인시키기 위해서 (알려줬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기관이 어딘지는 함구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0년 8월 우리은행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여 1조원 이상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이 전 대표의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그를 구속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의 수사 착수 시기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의 파산신청을 낸 때와 겹친다.
이 전 대표는 경찰 수사 한달 뒤쯤인 2010년 9월 우리은행 측의 '수사 청탁'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외형적으로 들은 건 이팔성 회장이 '이정배에게 무슨 비리가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봐라' 식으로 권재진 전 수석에게 청탁했다는 얘기”라며 “이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그해 10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호텔에서 만나 조찬을 하면서 사정을 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권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오후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오히려 경찰의 수사 강도는 더 세어졌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권력층 배후에 의한 파이시티 강탈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MB의 멘토' 최 전 위원장의 '입김'이 통하지 않은 채 수사가 강행된 대목은 이런 추론에 일정 부분 신빙성을 부여한다.
물론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앞에서만 '눈속임'을 잠깐 한 뒤, 실제로는 권 전 수석에게 아무 언질도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 경우라도, '모종의 장벽'이 있었기 때문에 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구명 시도를 제풀에 포기했을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남는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에는 서울시향 대표를 맡았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까지 지낸 'MB 측근'이다. 현재 법무부 장관인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부인 김윤옥 여사의 고향 후배라는 인연이 있으며, 역시 'MB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당시 '정보'를 과장되게 인식했을 여지도 없지 않다. 우리은행은 2010년 6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비리 혐의로 자사 팀장 2명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혐의까지 자연스럽게 확인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