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공영방송과 국가기간통신사 등 정부 영향 아래 있는 언론들이 잇따라 행동에 나서면서 이명박 정부 5년차에 사상 초유의 언론파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참을만큼 참았다'...잇따른 파업 수순
28일 파업 30일째를 맞는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의혹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MBC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이 지난 2년 동안 법인카드로 7억 원을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김 사장의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해명이 없을 경우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김인규 사장 퇴진을 목표로 파업을 결의하고 다음달 6일 새벽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또 KBS기자회는 이에 앞선 다음달 2일 0시부터 무기한 제작 거부에 돌입해 파행 방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YTN 노조도 구본홍 전 사장에 의해 해임된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 등을 복직시키지 않는 배석규 사장을 정조준했다.
배 사장 연임을 반대하는 YTN 노조는 오는 29일까지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 노조도 박정찬 사장 연임에 반대해 전날부터 이틀간 연가투쟁에 들어가는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왜곡·편파 보도 원흉으로 지목된 '낙하산 사장'
진통을 겪고 있는 네 언론사 모두 현정권 출범 이후 친여 인사가 경영진으로 내정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것은 김 사장 출범 이후 벌써 두 번째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노조는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시위, 희망버스 등 현 정권에게 거북한 보도가 누락되거나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특보 출신인 KBS 사장도 노조와 끊임 없는 반목을 거듭했다.
KBS 새노조는 김인규 사장이 2010년 파업 집행부 13명을 중징계한 것과 이화섭 부산방송총국장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는 아니지만 회사 지배구조상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YTN 배석규 사장과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도 노조 측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아 왔다.
문제는 이들 네 언론사의 사측은 한결 같이 노조의 움직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들 언론사들 노사 간의 팽팽한 기싸움은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에 언론장악을 당했던 언론사들이 비록 따로 싸움을 시작했지만 하나로 뭉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대중운동으로 확산시켜 언론장악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