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檢, 돈봉투 안뜯나 못뜯나

박희태 방문조사 이번주내 종결… "실세 겨냥 부담 형평성 잃었다" 비난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돈봉투 살포의 핵심 관계자인 박희태 의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박 의장을 상대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에 돈봉투 살포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희태 의장을 조사한 뒤 (돈봉투) 수사를 종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고명진 전 비서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당대표 경선 전당대회에서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된 검찰수사는 40여 일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한 달 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검찰이 밝혀낸 것은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것과 안병용(구속기소) 한나라당 은평구 당협위원장이 구의원들을 동원해 당협 사무총장들에게 2000만 원을 돌리려 했다는 것의 두 가지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상식적으로 돈봉투가 초선의원인 고승덕 의원에게만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당시 돈봉투가 여러 개 들어있는 쇼핑백을 봤다는 고 의원의 진술과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뿔테남' 곽모 씨의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는 300만 원 돈봉투 한 건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또 원외지구당 돈살포에 동원된 2000만 원에 대한 출처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300만 원 돈봉투와 2000만 원은 고 의원과 은평구 구의원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직접 밝혀낸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부터 주장해 온 고질적 환부만을 깔끔하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의 모범을 보여 준 격이다.

그러나 검찰이 현정권 실세를 직접 겨냥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과거와는 달리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비판이 당장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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