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줄이 FTA, 축산농 자진폐업 이어질 것
- 국내 수급조절 실패만의 문제 아냐
- 총선 후 美쇠고기 추가개방 압력 예상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어제 축산농가와의 인터뷰가 굉장한 이슈가 됐었습니다. 결국은 오늘 소 2,000마리를 끌고 청와대에 모인다고 하죠. “도저히 못 키우겠다” 오늘은 좀 거시적인 시각으로 소 문제,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려고 하는데요. 이분은 이 재앙을 일찌감치 예측하셨던 분입니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연결해 보죠.
◆ 이해영> 글쎄요, 정부가 수급조절에 실패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처음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종종 있었죠.
◆ 이해영>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이게 처음 벌어지는 사태는 아닌 거죠.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굉장히 크다. 그런 것에서 과거하고는 좀 차별성이 있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점에서 과거의 이런 사태와 다른 양상이라고 보시는 거죠?
◆ 이해영> 우선 농민들이, 축산농가가 느끼는 체감 강도가 예전하고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어떤 농가에서는 의도적으로 소를 굶겨 죽이는 그런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한미 FTA라든지 그 다음에 캐나다, 그 다음에 앞으로 또 호주 같은 경우도 있겠고요. 그래서 줄줄이 각종 FTA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그리고 나타날 경우에는 사실 축산농가 입장에서 본다면 이게 지금 실망성 자진폐업이 아닌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실망성 자진폐업이 이어질 거다?
◆ 이해영> 그렇죠.
◇ 김현정> 실망성 폐업이라는 게 무슨 말이죠?
◆ 이해영>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를 더 키워봐야 아무 전망이 없기 때문에 줄줄이 밀려든 FTA 앞에서 아무런 전망이 없는 거죠. 그래서 차라리 이 차제에 소를 입식하지 않고 그만 키우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으로 낫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결국 키우면 키울수록 빚만 늘어나고, 더 나아가 정부가 수급조절 같은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고 농민들이 스스로 판단한다 이 말씀이세요?
◆ 이해영> 네,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어떤 경우입니까?
◆ 이해영> 한우농가가 없어지는 거죠.
◇ 김현정>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요?
◆ 이해영> 그렇습니다. 정부가 아무 대책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실 축산 농가는 없어지겠죠. 왜, 경제적 논리로만 본다면 키워봐야 아무 이익이 없는데 농가 입장에서는 더 이상 키울 이유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결국은 한우농가는 없어지는 게 맞죠. 경제논리만 놓고 따진다면.
◇ 김현정> 정부가 대책을 안 내놓은 건 아니에요. 어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올 상반기 중에 군납용 수입쇠고기, 그러니까 지금 군인들은 수입 쇠고기 먹고 있는데 이걸 한우나 육우로 전면 대체하겠다. 이런 방안 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암소의 두수도 조절을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것만으로는 안 되겠습니까?
◆ 이해영> 글쎄요, 이게 지금 군납 쇠고기를 한우로 대체하겠다하는 건 아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가 발효가 되면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그건 다른 문제거든요.
◇ 김현정> 왜 안 되나요?
◆ 이해영> 왜 그러냐 하면 군납 같은 것은 정부조달 아닙니까. 정부 정책으로, 정부 조달에 특정 한우라고 하는 특정 품목 혹은 우리 국내산만 이용하게끔 강요할 경우에, 과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라든지 아니면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이런 것을 가만히 두고 보겠나? 왜냐하면 시장접근을 정책에 의해서 제한하는 것 아닙니까? 때문에 스크린쿼터를 생각하시면 되죠. 쉽게 말씀드리면, 국내산만 봐라, 국내산 영화만 봐라 하는 경우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줄였지 않습니까, 미국 쪽에서 압력을 넣어가지고. 그런데 예를 들어서 군납 정부 조달이죠, 그건. 정부 조달 품목을 국내산으로만 해라, 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나오는 대책 중에 하나는 수입산 쇠고기를 조절하는 문제, 이것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건 돼지도 그렇고요. 그럼 그것도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 이해영> 의도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조절할 수는 없죠. 그건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FTA를 통해서 지금 유럽, 미국 그 다음에 호주 앞으로 다 없앨 텐데 그 각종 제안들을.. 그 다음에 관세도 없어지지 않습니까, 앞으로. 그런 경우에 정부가 나서서 예를 들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을 제한해라 할 수는 없는 거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세계화 과정에서 우리가 우려했던 1차 산업의 위태로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거네요?
◆ 이해영> 가능하지 않은 대책이죠, 그런 것들은.
◇ 김현정>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 이해영> 예를 들어서 소비자들이 시장에 가서 미국산, 그 다음에 유럽산 그리고 호주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인데 그건 가능하지 않죠.
◇ 김현정>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또 싼 걸 사게 되니까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참 어려운 상황이네요. 그런데 말이죠. 이 와중에, 지금 농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추가로 개방한다더라” 이런 얘기가 나와요. 가능성이 있는 얘기인가요?
◆ 이해영> 이미 미국산 쇠고기는 100% 완전 개방이 되어 있죠. 예를 들어서 월령을 30개월 이상도 수입하게끔 이미 합의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 촛불 때문에, 촛불사태가 벌어지면서 소비자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수입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하기로 했었죠.
◆ 이해영> 이미 30개월 이상은 사실상 개방되어 있는데 일시적으로 제한이 되고 있는 것인데 이걸 향후 어떻게 할 것이냐. 지금 얼마 전에 물러난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미 이번에 가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죠. 앞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30개월 이상, 혹시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는 걸 판단해서 수입하겠다는 그런 식으로 해석이 되고 있는 것인데 이제 4월 달에 총선 있지 않습니까? 총선 전에는 안 하겠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서 제가 보기에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총선 결과에 따라서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이해영> 예를 들어서 총선 결과가 지금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에 미국은 더 큰 압력을 행사할 거고 그런 경우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이 될 수가 있죠.
◇ 김현정> 그래서 시점은 총선 후가 될 것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해영> 총선 전에는 아마 힘들지 않겠나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에 소고기 사태는 그러니까 종전에 보였던 두수 조절로 인한 사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거시적인 눈으로 보자, 이런 말씀이시네요.
◆ 이해영> 그렇죠, 그런 의미입니다.
◇ 김현정> 이해영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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