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0살. 많아봤자 13살인 초등학생들의 겨울방학 영어캠프 일정이다.
신나는 겨울방학이 시작하기 무섭게 요즘 초중등학생들은 영어캠프에 들어간다.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고, 해외에 자녀를 혼자 내보내는 것보다 안심이 될뿐더러,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내 영어 캠프는 초중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명문 사립대학교 이름을 내건 영어 캠프들은 그야말로 이름값을 하는 수준. 1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연세대학교에서 주관하는 기숙형 영어캠프는 보통 2주 과정에 200만원 초반, 3주에는 300만원 가까이 든다.
한국외대의 초등 5학년~중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어코스도 3주에 294만원이 들고, 고려대 중등 3주코스 292만원, 서강대 프리미어 2주코스는 220만원이다.
캠프 일정도 대입 학원의 수준을 뺨친다.
연세대 사회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영어 캠프는 3주간의 교육기간 동안 아침 7시 기상해서 11시나 돼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하루 13교시 수업에 주말도 없이 진행된다.
수업도 빠듯하게 짜여져 쉬는 시간도 없이 다음 수업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기숙사에 휴대 전화도 들고 갈 수 없다.
부모와의 전화는 주말에 정해진 시간동안만 할 수 있다.
대신 학생들은 캠프 홈페이지에 그 날 배운 것이나 느낀 점을 올려 부모를 안심시키고, 부모님은 또 메일이나 편지를 남겨 자녀들을 위로한다.
캠프 관계자는 "단순히 영어 실력 향상만이 목적이 아니라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지내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의 몰입교육으로 자녀의 영어실력이 향상됐다는 의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은 부모와 교사가 다 보는 게시판에 '숙제가 너무 많아서 다들 벅차한다. 나도 벅차다. 숙제할 시간도 부족하다. 밤 11시 반에 자서 6시 반에 일어나는 것도 싫다…힘든 하루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이런 식의 강도 높은 스파르타 교육은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지게 하고, 어린 자녀들에게 스트레스만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캠프는 해당 대학교가 직접 주관하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 업체가 명문대 이름을 빌려서 하는 것이다.
김승현 실장은 "그 대학 교수가 직접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명문대 주관이다보니 마치 브랜드 있는 캠프에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면서 "학원비 상환제처럼 캠프에도 상한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