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를 잡는 자 승리의 V 그린다

[2012년 정세분석]총선·대선 어떻게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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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가 창간 5돌을 맞아 지난 10.26 재보선을 돌아보고 내년 선거전을 조망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지형을 전망한다' 특별좌담을 가졌다.

좌담에 참석한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20-30대 젊은층과 여성이 전면에 나선 새로운 문화코드와 소통방식에 여권이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2월 대선전에 대해서는 "안철수 원장의 출마 여부와 2-3%가량의 중도무당파층 향배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송강섭 편집위원의 사회로 서울 홍대앞 K&G상상마당 4층 소모임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패널로 참석해 3시간가량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송강섭 CBS노컷뉴스 편집위원
패널=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김종배 시사평론가
장소=KT&G상상마당


사회=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다. 당시 20·30·40대의 70%가량이 박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지난 재보선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먼저 짚어달라.

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이하 문 대표)=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본 민심의 방향은 질적으로 달랐다.

부산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그렇다. 당선엔 실패했지만, 야권 통합후보의 득표율은 의미있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에 희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와 박원순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이 민주당을 제외하고 새 정당을 만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까지 다 같이 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 그 필요성을 보여준 선거다.

김종배 시사평론가(이하 김 평론가)= 서울과 부산동구의 경우 당락은 갈렸지만 공통점이 있다. 부산동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두 번이나 갔어도 한나라당 득표율이 40% 밖에 안 나왔다.

민심이반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왜 그럴까. 근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 있다. '안철수 요인'도 있지만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엠비정권에 실망한 것이 표로 나타났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이하 우 교수)= '세상인심'이라는 말을 가끔 쓴다. 내 연구 중에 '강남 지역의 경상도 아빠와 경상도 딸'에 관한 것이 있다.

지난 대선의 경우 경상도 아빠의 서울 딸들의 집단은 투표를 안 하거나 엠비한테 투표했다. 어차피 자기는 아버지 돈으로 살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 당시엔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돌아선 것이다.

영남 지역의 경상도 아빠의 경상도 딸도 지금 고민 중이다. 이번엔 긴가민가 했는데 다음엔 바꾸겠다는 생각이 많이 늘었다. 강남의 20대 40대 민심 변화도 심상찮다.

사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도 영향을 미쳤다.

우 교수= 10여 년 전 인터넷이 등장해 여론형성을 할 때만 하더라도 통제가 가능했다. 물량공세를 통해 방어할 수 있었다.

트위터란 것은 물량공세로 안 된다. 최근 한나라당 사람들 만나봐도 답이 없다더라. 아무리 트윗으로 떠들어도 상대방에서 블록을 해 버리면 못 당하겠다더라. 이번에 트위터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 김여진 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엔 없다. 신뢰를 자산으로 한 인재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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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 나꼼수 영향은 언급돼야 한다. 2002년 노사모를 중심으로 20-30대가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의 20-30대는 다르다. 6월 항쟁을 '나의 역사'로 느끼는 세대와 다르다.

그런 그들에게 나꼼수가 재미를 주며 한방에 해결했다. '쫄지마'란 구호만 봐도 그렇다. 지난 촛불집회 이후 정부가 벌금으로 보복했는데, 그런 정서들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김 평론가= 나는 약간 견해가 다르다. 트위터나 나꼼수가 의미있는 역할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만 보자면 초반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공세에 밀렸고, 안풍 거품이 꺼지면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후보는 줄곧 10% 가까이 앞서나갔다. 민심 동향은 그렇게까지 급변하지 않았다.

SNS나 나꼼수는 윤활유 역할을 했지만 판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한다. 민심의 줄기는 이미 잡혀 있었다.

문 대표= 아까 말했듯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시민들 사이에선 자긍심이 무너졌다는 느낌이 있다.

모멸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그 저류에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

사회= 10.26 재보선에서 '세대변수'는 어떻게 작용했나.

우 교수= 경제적 측면에서 따지자면 사실 40-50대도 이번 정권 들어서 힘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언어가 바뀐 것같다.

20-30대 여성들이 나꼼수를 들으면서 소위 빵터졌다. 비장한 남성들의 분위기가 아니라 재밌게 수다 떠는 여성들의 분위기다.

20-40대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 윗세대로 올라가면 말뜻을 이해할 수 없다. 정치현상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문화적 충돌이 생겼다.

경제적으로 모든 세대가 다 힘들지만 20-30대는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

김 평론가= 그것 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2002년 대선 때 20대가 노무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들이 지금의 30대다. 2007년 대선은 모든 세대와 연령이 엠비에게 투항했다. 그 투항의 정도가 가장 낮았던 것이 지금의 30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반(反)엠비 투표성향이 가장 강했던 것도 지금의 30대다. 반면 20대는 투항 정도가 가장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40대도 출렁이고 있다.

2007년 대선의 경우 20대를 관통하고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 10년의 경제에 대한 불만이 4대강과 747 같은 성장 이데올로기로 투항하게 한 것이었다.

지금 반(反)엠비정서의 핵심은 그 마지막 기대를 저버린 배신감, 분노, 허탈감, 이런 것들이 20, 40대를 추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20대와 40대는 변수이고, 30대는 상수다.

김 평론가= 첨언하면, 지난 지방선거에선 재밌는 현상이 발견된다. 보수의 기반은 영남 50-60대 저소득층이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를 보면 저소득층, 저학력층에서 안티엠비 성향이 커졌다. 민주주의 퇴행이나 이런 것들은 감도가 떨어지는 계층인데, 그 분들을 추동했던 문제는 뭘까.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닐까.

문 대표= 대구백화점 앞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20-30대 여성들이 대단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남성들은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것같다.

인터넷에 단 댓글도 추적할 수 있다는 겁주기 전략에 동요가 되는 측면도 있는 것같다. 먹고사는 문제는 복지와 연관돼 있다. 와서 '살게 해달라'고 우시는 분들이 많다. 팔 다친 노동자가 이 정권 들어서 지원금이 전액 삭감됐다, 장애인 교통지원비가 사라졌다며 운다.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불편함으로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 정서가 바뀌고 있더라.

김 평론가= 유권자 유형이 U자형으로 나타난다. 중간학력, 중간소득은 쭉 떨어지고 저소득, 저학력과 고소득, 고학력이 쌍끌이로 반엠비 정서를 이끌어 간다. 중간계층이 뒤따르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문 대표= 참여연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선거 때마다 시민들로부터 공약 신청을 받았는데, 6.2선거 전까지 삽질공약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싹 달라졌다. 또한 노무현 서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충격이었다. 그것이 국가란 무엇이냐. 권력이란 무엇이냐 라는 성찰을 전 국민이 하게끔 만들었다.

어떤 지식인이 백날 떠들어도 안 듣는데 정서로 깨달아버린 것이다. 그런 정서들이 박근혜 전 대표까지 복지를 말하게 만든 변화다.

우 교수= 촛불집회 100만명의 힘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그 힘이 계속 커지고 전문화했다.

당시 좌파진영에선 '촛불집회엔 몰리는 사람들이 기륭전자엔 왜 안오느냐' 그랬지만, 그 사람들은 태어나서 처음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희망버스에 다시 그들이 참여한 것이다. 초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도 가고 강정마을도 가면서 세력화했다. 좌파도 촛불집회 세력을 간과했고, 때릴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정권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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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년 총선과 대선전으로 주제를 옮겨보자. 내년 선거전을 어떻게 전망하나.

문 대표= 야권 입장에선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대선은 불가능하다. 해외동포 표가 들어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통합이 필요한 것인데, 관건은 진보정당이다.

12월17일이 후보 사퇴일인데 이후가 되면 어려워진다. 후보들이 이미 등록하고 뛰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다. 법적으로 같은 정당 안에서 경선이든 공천이든 해서 가야 완승할 수 있다. 따로 나가면 떨어진다는 것은 지난 선거에서 증명됐다.

김 평론가= 민주당과 진보개혁정당이 합치는 데 호남파가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중통합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진보정당까지를 아우르는 대통합은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선거연대로 가지 않겠나 싶다. 진보정당도 대중의 염원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 총선은 연합을 통한 야권 승리를 낙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선이다. 총선에서 이긴다고 해서 대선을 낙관할 순 없다. 그것은 별개라고 본다. 왜냐하면 2002년 당시 노풍이 불었다가 정풍 불었다 단풍(단일화 바람)까지 불었지만 이회창 후보가 46% 이상 나왔다.

한나라당은 그 정도는 나온다고 본다. 야권 입장에선 최소 48%이상 나와야 대선에서 이기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2-3%의 관건은 중도무당파다.

우 교수= 방금 말했듯, 그 2%가 중요하다. 그것이 '중도무당파'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에게 가지 않은 심상정표가 숨은 2%라고 본다.

다음 정부를 민중정부보다는 시민의 정부 정도가 될 것이라 봤을 때, 이 좌파 2%들이 '이것은 내 선거다'라고 말하긴 힘들 것같다. 때문에 합당보다는 연정에 동의하는 것같다.

한미FTA를 민주당을 비롯한 통합세력이 어떻게 푸느냐가 2%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본다.

문 대표= 한나라당은 고정표가 있었다. 박정희기념관 문제의 경우, 처음 박정희기념관을 짓겠다고 했을 때 국민 60%가 지지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30%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가 지금 35%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전의 대선전과 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 평론가= 재미난 것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전에서의 오세훈, 한명숙, 노회찬 간의 대결이다.

당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지만, 2위 한명숙 후보와는 불과 0.6%였고 노회찬 후보는 2%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그 2% 때문에 진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당시 어마어마한 반(反)엠비 정서가 표출됐음에도 그랬다. 때문에 내년 대선이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표는 43-45%로 고정돼 있다. 그렇다면 46%을 기준으로 해서 ±2%의 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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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철수 원장의 향후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나.


김 평론가= 안철수 원장이 만약 정치판으로 들어온다면 야권 통합정당의 통합후보가 아니라, 제3의 길을 걸으면서 적절한 시점에서 단일화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안철수 원장의 이후 스케줄을 봐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내년 1학기 수업 다 잡아 놨기 때문에 강의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몽준이 지난 대선에서 움직였던 동선과 흡사하다. 여름 이후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대선전이 끝까지 3자구도로 간다면 그건 무조건 필패이기 때문에 안철수 원장이 나중에 단일화 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이라고 본다.

문 대표= 대선 생각은 아직까지 해보지 못했다. 내년 총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권통합진영이 부산경남에서 10석 이상을 확보해 선거법 바꿔 지역구도를 깨야 한다.

그래서 총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안철수 선생은 대선에 들어오든, 그렇지 않든 절대 해 끼칠 분은 아니라고 본다.

우 교수= 사실 안철수 원장은 중도우파 쪽으로 가까운데 그 주변 분들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좌파 쪽에 가깝다.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서 정책들을 낼 것이라 본다.

우 교수= 한나라당은 진짜 무서운 것을 만났다. 20-30대가 문화라는 코드를 갖고 있다. 유신세대와 386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은 그들의 새로운 어법과 새로운 감성을 이해 못한다. 지금 젊은 정서는 '한나라당과 스치는 것도 불쾌하다'라는 정도다.

정두언 의원 말이 "지방에 가면 말을 걸어도 욕먹고 명함주면 버린다"고 하더라. 정치와 제도보다 앞서는 것이 정서법이 아닌가. 여성일수록 더 싫어한다.

김 평론가= 투표율을 분석하면 여성이 높다. 20대만 남성이 높은데 군인부재자투표 때문이다. 오세훈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원인도 여성표가 밀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단계에서 한나라당이 20-30대 포섭전략을 쓴다해도 먹힐 것같지 않다. 지금 한나라당 입장에선 영남을 지키고 40대를 포섭하는 것이 정답이다. 한나라당이 엠비노믹스를 폐기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회= 박근혜 전 대표마저 요즘 복지행보로 바쁘다. 내년 선거전에서 복지이슈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평론가= 내년 선거에서 복지라는 것이 큰 이슈가 될 것같지 않다. 이제 복지로 프레임을 짜기기가 힘들어졌다.

그보다는 '시장개혁'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안철수 바람을 잘 들여다보면 좌우 구분법이 아니다. 안철수 원장은 '합리적 시장주의자'다. 안철수가 가진 몇 가지 코드만 봐도 명확해진다.

첫 번째는 사회적 '성공', 두 번째는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던 '양심', 세 번째는 백신프로그램을 외국에 팔지 않고, 무료로 풀었던 '애국', 네 번째는 기업생태계 복원이라는 의미의 '공생'이 그것이다.

이것을 종합하면 시장의 틀 안에서 얼마만큼 양심적이면서 합리성을 담보하는 '합리적 시장주의'와 일치한다. 대중의 요구도 '시장개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재벌개혁과는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만나는 지점, 대형마트와 가게가 만나는 지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만나는 지점이 중요하단 말이다.

사실 이 지점을 갖고 가면 박근혜 전 대표는 끼어들 틈이 없다.

우 교수= 한국은 역동적이다. 대단히 젊은나라라는 생각이다. 이명박을 지지했던 그 표는 다 어디 갔나. 우리는 변화가 빠르고 믿음을 줬다가 빼는 과정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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