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많게는 두 명씩도 배치돼 영어 말하기를 가르치고 있다. 따로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학생들이 외국인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하는 등 장점이 많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90점에 육박하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하지만 현장의 평가는 달랐다.
서툰 한국말 때문에 원어민 보조교사 수업시간에는 한국인 통역 교사까지 투입되지만 이로 인해 수업에 몰두하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1학년 권 모 양은 "외국인 선생님이 발음을 너무 굴려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며, "한국인 선생님도 못 알아들어서 통역을 제대로 못하고, 들리는대로 단어만 나열해서 수업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한 수업 준비와 시간 때우기식 수업, 교사의 잦은 교체 등도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의욕을 상실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학생 이 모(14)양은 "원어민 선생님이 대충대충 장난치면서 넘기려고 한다"며, "수업을 하려면 제대로된 분위기를 갖춰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원어민 보조교사를 지원하는 일부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업무가 과중되는데다 원어민 보조교사의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까지 이들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안 모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원어민을 임용하는 과정부터 해서 에이전시와 연락하고 채용하고 집 구하고 살림살이 도구들 다 채워주는 것까지 우리 몫"이라며, "내가 하인인가, 비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소연했다.
충북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김 모 강사도 "우리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각종 공문 처리도 안하고 시험 문제도 안낸다"며, "우리는 원어민 교사 일까지 처리하느라 바쁜데 정작 본인은 매일 게임하고 채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년에 원어민 한 사람당 평균 4천만원이 투입돼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원어민보조교사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경기도 교육청 등에서는 내년부터 원어민 보조 교사를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