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번 파산 기록이 남으면 당당한 경제 인구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박탈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개인신용불량자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금융권의 이해 관계와 금융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신 주홍글씨'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중소 건설회사를 운영하다가 7년 전 파산 신청 후 면책이 된 전 모씨(39)는 최근 A 시중 은행 대출창구를 찾았다가 그냥 돌아서야 했다.
파산 면책 이후 도배업, 배달업, 유통업 등을 통해 경제적을 자립 틀을 닦았고, A 은행에는 2,000만원의 적금 상품에도 가입해 만기를 몇달 앞둔 상황이었다.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적금을 담보로 500만원 대출을 요청했지만, 은행측의 대답은 '불가'였다. 은행측이 전 씨가 파산면책 결정을 받은 기록을 표시하는 특별 코드 '1201' 대상자라는 점을 들어 대출을 거부한 것이다.
'1201 코드'는 전국은행연합회가 파산면책자에게 부여하는 특수코드로 금융권은 물론 일반 회사에도 제공돼 당사자가 면책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기록은 파산 면책이 결정된 이후 5년 동안만 은행연합회를 통해 시중은행이 관리할 수 있고, 5년이 지나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에서 동시에 삭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로 마련해 놓은 개인 신용 회복의 길을 금융권이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막으면서, 사실상의 '신용 불량 낙인'을 찍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특별 코드를 지닌 사람은 은행 대출과 취업은 물론 심지어 휴대전화 개통이나 렌터카 이용에도 차별을 받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연합회 측은 코드는 원칙대로 삭제하고 있으며, 대출이 거부된 것은 은행 내부 차원에서의 대출 심사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5년이 지나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등에 별도 코는 기록은 삭제가 된다"면서 "은행 측이 대출을 거부한 것은 코드 기록을 보관해서가 아니라 은행 내부의 다른 연체 기록 등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수코드는 원칙상 5년이 지나면 은행연합회로부터 삭제 통보가 오고 삭제를 한다"면서도 "그러나, 파산면책 등의 경력이 있는 고객들의 대출 여부에 좀 더 신중하기 위해 참고용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허진 면책자클럽 운영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면책에 대해 징벌적인 개념이 강하게 남아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서조차 특수기록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들이 면책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