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10시쯤 서울 대치동의 학원가는 심야 교습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이 썰물처럼 나와 귀가를 서둘렀고, 밖에서 보이는 학원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겼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자 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학원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인 이들은 학원 교재가 가득 담긴 캐리어를 끌기도 했고, 편의점에 들러 무표정한 얼굴로 햄버거를 사먹기도 했다.
CBS취재진이 이들 학원생으로부터 들은 학원가의 현주소는 심야 수업 규제와 단속을 사실상 ‘조롱’하는 수준이었다.
커튼 등으로 빛이 밖으로 새지 않게 막아놓고, 속칭 '암흑의 방'이라고 부르는 교실에서 몰래 중간고사를 대비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는 거였다.
수학학원을 다닌다는 오모(15)양은 “새벽 1시 20분에 수업이 끝난다”면서 “밤 10시 이후 꽉 막힌 ‘암흑의 방’에서 애들을 모아놓고 수업을 하는 학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학원 강사들도 심야 교습을 시인하면서도 중간고사 기간이라 자습만 했을 뿐이라며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S학원 강사 이모(41)씨는 “학생과 부모의 욕구를 눌러봐야 풍선효과처럼 오히려 음성적인 방법으로 심야교습이 이뤄질 뿐”이라고 혀를 찼다.
또 다른학원의 수학강사 이 모(32) 씨는 “수업이 늦게 끝나는 고등학생들의 경우 학원에서 배울 시간이 모자라 주말은 물론 심야에도 수업을 원하는 상황”이라며 "중간고사 기간에는 야간자습을 하면서 강사들에게 도움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외고를 다닌다는 장모(17)양도 “(자신은) 성적이 오르지 않는데 다른 애들은 오르니까 압박감이 심하다”며 “좋은 대학을 위해서라면 밤늦게라도 학원 수업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고3인 이 모(18) 군은 “과외교습소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밤 10시 이후에도 수업을 해서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모인다”고 말했다.
박 모(16) 군은 “소수만 모여 수업을 하기 때문에 서로 입만 닫으면 적발될 일도 없고, 밖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과외방”이라며 “남들보다 더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을 지키면 자신의 자녀만 낙오자가 될 거란 걱정에 학부모들도 심야교습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목동의 한 학원 앞에 자녀를 데리러 나온 정경숙(41) 씨는 “아이들이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걸 찬성하진 않지만 학교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면 본인(자녀)이 불안해 한다”면서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