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빈대떡 대통령', 노점 음식의 공식을 새로 쓰다

[한국형 장사의 신] 4천 원짜리 빈대떡에 최상급 재료만 쓰는 '순희네 빈대떡'



최근 5년 사이에 서울 광장시장이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사진기를 들고 찾는 젊은이 까지 옛 추억을 찾아오는 문전성시다. 조용했던 시장은 활기가 솟고 젊음이 가득하다.

인기의 비결은 시장 내 먹자골목. 김밥에서부터 육회, 튀김 등 없는 메뉴가 없다.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먹어서 좋고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서 좋다.

이중 광장시장의 전설로 통하는 '노점'이 있다. 20년 전 광장 시장에서 가장 먼저 빈대떡을 부치기 시작한 순희네 빈대떡. 늘 사람이 붐벼서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작은 노점에서 달랑 2가지 메뉴로 시작한 가게였지만 이젠 시장 내 6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시장 내 수많은 빈대떡 집이 있는데 사람들은 왜 순희네만 찾아가는 것일까?

창업주인 큰언니와 함께 순희네 빈대떡을 이끌고 있는 추정림 대표를 통해 노점 신화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광장시장에서 가장 많은 손님이 찾는 순희네 빈대떡. 그날 부친 빈대떡은 그날 판매하는 것이 순희네의 철학이다.

■ 왜 상호가 '순희네 빈대떡'인가?

우리 집에서 '순희'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다. 지나가는 어르신이 날보고 순희라 부르지만 사실 내 이름도 순희가 아니다(웃음). 순희란 이름은 일단 들으면 어딘가 모르게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고 옛 추억이 생각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막걸리도 생각나고 빈대떡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순희네 빈대떡으로 결정했다. 특히 여기 오시는 어른들은 순희란 이름을 굉장히 좋아한다.

■ 하루에 빈대떡은 몇 장 정도 판매하나?

정확하게 셈하기가 쉽지 않다. 손님이 밀려드니 그때그때 계속 부치고 팔고 있으니까. 대략 1,000장은 넘는 것 같다.

■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

빈대떡 창업은 큰언니(추정애)가 했다. 20년 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장에서 빈대떡을 부쳐 팔기 시작했다.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에서 빈대떡만큼 정겨운 메뉴는 없었으니까. 그때만 하더라도 시장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곳곳에 대형 마트가 들어와서 시장은 깊은 침체기로 접어들 시기였다. 초기에는 12시간 넘게 서 있어도 10만 원도 못 파는 일이 허다할 만큼 힘들고 어려웠다.

매일 시장에 나와 빈대떡을 부치고 팔고 있는 추정림 대표(가운데).

■ 그런데 어떻게 성공했나?

그냥 인심 좋게 열심히 했다고 한다. 덜 남아도 손님에게 많이 주고, 재료가 남으면 주변 상인에게 만들어 주고 그렇게 하루하루, 20년을 쌓아 온 것. 자신이 앉아 있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쳐 갈까 봐 다리가 아프더라도 끝까지 서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우리 것에 대한 향수와 옛 추억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내 우리 빈대떡집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손님들이 찾아주고 있다.

■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비록 후발주자더라도 다른 빈대떡 집도 열심히 일한다. 다른 비결은 없었나?
음. 글쎄. 우리는 음식 가지고,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 인식 속에는 노점 음식은 비위생적이고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쓸 것이란 부분이 많다.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

비록 우리가 4천 원짜리 빈대떡을 팔지만, 최상급 식재료로 만든다고 자부하고 있다. 재고 같은 것은 절대 쓰지 않고 안 좋은 것은 모두 버리고. 우리 빈대떡은 싸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직접 녹두를 사서 갈고, 그걸 부치기 전에 바로 반죽을 하고, 그날 쓴 반죽은 모두 버리고... 이런 것도 비결이라고 해야 하나?

가게 옆에는 항상 맷돌이 돌아가며 녹두를 갈고 있다. 즉석에서 반죽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미리 부쳐놓고 데워 주면 쉽지 않나?

그건 큰언니가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큰언니 신조다. 그날 부쳐서 그날 주는 것. 음식은 금방 한 음식이랑 해놓은 음식이랑 맛이 다르다. 빈대떡 반죽도 금방 해야 맛있게 부풀어 오르고 제일 맛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녹두도 마찬가지다. 녹두는 갈고 나서 3시간만 지나면 삭기 시작한다. 물도 많이 생긴다. 이러니 큰언니가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가격도 20년 전 가격이나 지금이나 같은 4천 원이다. 물론 크기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맛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원재료 가격은 올라갔는데 빈대떡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녹두 가격은 예전에 비해 약 10배가 올랐고, 식용유 가격은 5배나 올랐다. 그래서 내가 늘 가격을 조금 올리자고 말한다. 하지만 큰언니가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얼마 전 내가 완자 가격을 딱 1천 원만 올렸다. 어떻게 됐을 것 같나? 큰언니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이틀 만에 가격을 내렸다.

다른 메뉴를 한번 해볼까도 했는데 그것도 불가능했다. 왜냐면 우리집은 그때그때 반죽과 튀김을 같이 해야 하는 데 다른 메뉴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미리 해놓자고 하니 또 큰언니가 안된다고 하고... 그러니 우리집은 어쩔 수 없다. 무조건 많이 팔아야 된다(웃음). 그러니 열심히 안할 수 가 없지 않겠나?

빈대떡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고기완자. 메뉴는 빈대떡과 고기완자 두가지가 전부다.

■ 빈대떡이 가장 잘 팔릴 때는 언제인가?

명절을 제외하면 봄에 비가 오는 날이 가장 잘 된다. 없어서 못 판다. 봄에 비가 오면 뭐랄까 낭만도 있고 사람들이 나오고 싶고 빈대떡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 싶어지고 좋은가 보다. 가을에도 비가 오면 장사가 되긴 하지만 봄만큼은 아니다. 가을비는 약간 춥고 으스스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봄보다 못 한 것 같다.

■ 광장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노점의 매력은 뭔가?

예전에 오시던 손님들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셨다. 그러면서도 늘 우리 가게를 찾아 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동시에 이젠 젊은이들이 그 자리를 함께 채워주고 있다. 우리의 시장을 찾고 잊지 않고 함께 가는 것, 그건 시장 노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빈대떡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좌)와 추정림 대표(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의 평가

광장시장에 빈대떡 집은 수도 없이 많다. 이 집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집 보다 더 좋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집도 좋은 재료를 쓴다. 그렇다면 순희네는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차별화이고 경쟁력이다.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순희네 빈대떡'의 성공 비법

회전율이 높은 집 음식이 신선할까? 아니면 낮은 집 음식이 신선할까? 저마다 차이점은 있겠지만 적어도 순희네는 회전율이 높은 집 음식이 신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매일매일 재료를 소비하니 늘 신선한 새 녹두와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지다 보니 맛도 있고. 그게 계속 반복돼 큰 것이 순희네 빈대떡이다.

순희네 빈대떡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

순희네 빈대떡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가 138-9

진행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취재 – CBS 스마트뉴스팀 김기현 PD, 박기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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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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