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잡이 어선이 총알받이냐?"…연평도 어민 뿔났다

꽃게조업 독려에 "괘씸하다" 분통…일부 어민들 "선원 없어 조업 못나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통제됐던 연평어장 꽃게조업이 지난 2일부터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한됐던 조업 기간도 한달 더 연장됐다.

이렇게 조업기간까지 연장하며 정부가 어민들의 조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어민들의 불만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조업만 재개됐을 뿐 아무런 안전조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정부가 어민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태어나 20살때부터 지금까지 바다를 떠나본적이 없다는 박재복(42)씨는 "뱃사람들까지 총알받이로 만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북한에서는 자기가 선포한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김태영 국방장관은 서해 5도는 끝까지 NLL 밑으로 지킨다고 하더라"며 "서해 5도는 불바다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도 들어가서 조업을 하라니 이게 제대로된 정부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손에서 어망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이종식(56)씨도 "어민들 총알받이가 되라는 말"이라며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면서 너희들이 배고프면 들어가라는 식으로 손 놓고 있는 정부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설사 위험을 감수하고 조업을 재개하려해도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연평도어민회 신승원 회장은 "북한이 언제 다시 대포를 쏠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에 와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조업을 하려고 해도 선원들이 있어야 들어갈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선주 박재복씨도 "우리나라에 배 탈 곳이 연평어장만 있는 곳도 아닌데 굳이 위험하고, 일까지 험한 연평도를 오겠다는 사람이 있겠냐"며 "얼마 전까지 선원 8명과 함께 일했는데 이들이 일을 그만하겠다고 해도 잡을 명분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조업 통제 해제만으로는 조업 재개가 불가능하지만 당국은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광석 인천시 자치행정과장은 "어민 보상문제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어민들이 원하는 부분을 전달하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러나 연평도어민회 신승원 회장은 "옹진군과 인천시에 수도 없이 말했는데 묵묵부답"이라며 다른 말을 했다.

일부 어민들은 정부가 어민을 앞세워 주민들을 연평도에 복귀하도록 조장하려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겨눴다.

어민 이종식(56)씨는 "조업 재개는 정부차원에서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수로 읽힌다"며 "어민들이 들어가면 주민들이 쫓아 들어갈 것 같으니까 정부에서 어민들을 연평도로 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연평도 앞바다에는 적지 않은 어구들이 설치돼 있어 제 때 건지지 않으면 훼손돼 그대로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국이 이렇다할 안전대책이나 보상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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